9·11 테러 20주기 앞두고…15년째 진전 없던 용의자들 재판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7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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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미국의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테러 용의자 5명에 대한 재판이 오는 7일(현지 시간) 재개된다. 이들이 2006년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기지 내 수용소로 이송된 이후 15년째 지지부진 이어져온 재판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 직후 다시 열리는 것이다.

6일(현지 시간) AFP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9.11테러의 설계자’로 불리는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비롯한 용의자 5명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8개월 간 중단됐다가 이번에 재개되는 것이다. 테러를 모의하고 대테러와 전쟁 관련법을 위반해 다수를 살해한 혐의는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이들은 2002년과 2003년 체포돼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감옥에 수감돼 있다가 관타나모 기지로 옮겨져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재판은 관타나모 특별군사법정에 적용될 법률 문제, 심문 내용과 증거의 채택 여부 등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수차례 지연돼 왔다. 특히 용의자들이 물고문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들에 대한 심문 내용을 인정할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고문을 부인하면서 ‘강화된 심문 기술(enhanced interrogation techniques)’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금까지 40차례가 넘는 공판 전 심리만 이뤄졌을 뿐 정식 재판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용의자 측 변호인단은 “관타나모 군 재판 시스템의 처절한 실패”라고 공격하며 재판의 조속한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돼 있던 테러 용의자의 수는 200년 이후 780명에 달하지만 현재는 39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2008년 이후에는 한 명도 없었다. 다른 감옥으로 이관되거나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넘겨졌고, 일부는 탈레반과의 협상 과정에서 수감자 교환 형식으로 풀려났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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