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태우기도 바쁜데”…英국방, 아프간 동물 대피 요청에 분노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6일 1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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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가 아프가니스탄 동물도 함께 대피시켜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영국군 수장이 “동물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영국 의회에서 보호단체의 동물 대피 요청 관련 “부정확한 이야기로 영국군이 카불 공항 대피 작전에 방해를 받고 있다”며 “분노스럽다”고 밝혔다.

영국 해병 출신 폴 파딩이 설립한 아프간 동물보호단체 ‘나우자드’(Nowzad)는 최근 후원금을 통해 현지에 남은 단체 직원과 개·고양이 200마리를 구출하기 위한 전세기를 빌렸다고 밝혔다.

단체는 또 카불 공항 상황에 도착했지만, 파딩을 포함한 직원들과 동물들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파딩 측은 “영국군이 우릴 최우선순위로 삼지 않았으며, 월리스 장관이 우리의 대피를 막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월리스 장관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월리스 장관은 “날 싫어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동물은 사람에 앞선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매우 매우 절박한 사람들이 현실적 위협에 놓여있다”고 꼬집었다.

또 “부정확한 이야기와 로비로 카불 공항 현지 군인들이 피난민 대피 작전에 방해를 받고 있다”며 “분노할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월리스 장관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부부가 동물들이 카불을 떠날 수 있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추측은 부인했다. 존슨 총리의 배우자는 야생동물 보호단체에서 근무 중이다.

월리스 장관은 “파딩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절차를 거쳐 출국하게 될 것”이라며 “단체가 동물을 데려온다면 (카불 공항 보안을 맡고 있는) 미군의 허가를 받아 전세기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기가 공항에 도착하지 않는다 해도 동물을 영국 공군 수송기에 태울 순 없다”며 “수많은 항공 규제와 공중 보건 등 문제가 얽혀 있다”고 선 그었다. 내부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계약된 전세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전세기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다”라며 “카불 공항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공항 출입 과정에서 발생한다. 전세기가 있다 한들 이착륙장만 차지할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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