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북부서 反탈레반 세력 항전…“오래는 못갈 것”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23일 1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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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 탈레반의 집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항전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아프간 정부군과 보안군이 대부분 무너져 내렸음에도, 탈레반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카불 북동부의 판지시르 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지시르 주는 탈레반이 아직 차지하지 못한 지역이다.

이곳의 저항 세력은 아프간 정부의 국방장관을 지낸 비스밀라 칸 모하마디와 부통령이었던 암룰라 살레 등을 주축으로 한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과 맞서 싸웠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 사령관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도 포함돼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 세력은 북부 바글란 주 등 세 곳을 탈레반으로부터 탈환했다.

탈레반 측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최소 15명이 죽고 15명이 다쳤다며 탈레반에 저항하는 폭동을 진압하고 바글란 주를 다시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의 지원이나 우방국의 국경 접근 허용이 없다면 반탈레반 민병대는 오래 버티기 어려울 거라고 WSJ는 전망했다.

탈레반이 지난 22일 판지시르 주 입구에서 대규모 병력을 모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 카불은…탈레반 정치협상 돌입, 공항 인근은 여전히 아수라장

이는 탈레반 지도부가 과거 정적들과 협의를 시작하고 ‘포괄적인 이슬람 정부’ 구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현재 탈레반은 카불에 남아 있는 아프간 정부의 주요 정치인들과 협상에 착수한 상태다. 포괄적인 정부를 구성해 국제 금융 시스템에 다시 접근하고, 해외를 오가는 항공편을 재개하고, 해외 원조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국제적 지위를 획득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지난 21일 탈레반 지도부는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간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 굴부딘 헤크마티아르 전 총리 등과 회동했다.

몰락한 아프간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던 오마르 자킬왈은 카불 남동쪽에서 탈레반 전투원들과 차를 마시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탈레반과의 대화에 나선 그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글도 게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프간인들은 낙관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카불은 여전히 아수라장이다. 수만 명이 카불을 탈출하기 위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모여들고 있다. 공항 내부에는 음식 섭취도 못 하고 하염없이 항공편을 기다리는 이들로 가득하다. 밤새 공항 게이트에선 산발적인 총성이 울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슬람국가(IS)가 카불 인근 지역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서방 국가들은 자국민과 아프간인 조력자들을 모두 탈출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 22일 일간 더 메일에 기고한 글에서 “그 어떤 나라도 아프간에서 모든 사람을 구출해낼 순 없다”고 못박았다.

유럽 관리들은 미군이 필요한 서류를 갖춘 아프간인 조력자들의 공항 접근마저 차단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호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문제는 공항 접근이다. 미군의 통제가 너무 엄격해 그들에게 융통성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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