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에이즈 환자, 코로나19 변이 30종 이상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7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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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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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에게서 30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가 발견됐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7개월 넘게 코로나19에서 회복하지 못하면서 몸 속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한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에 따르면 남아공 콰줄루나탈대 연구진은 3일 공개한 출간 전 논문을 통해 에이즈 환자인 36세 여성에게서 32종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염력과 관련되는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13종이었고, 기타 변이가 19종이었다. 이 중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변이도 있었다. 이 환자가 다른 사람도 코로나19에 감염시켰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2006년 에이즈 진단을 받은 이 환자는 에이즈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상태였고, 면역세포 수치도 매우 낮았다. 지난해 9월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한 뒤 중증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나을 때까지 216일 동안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 연구진은 환자의 면역 결핍 탓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속히 변이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지난해 여름 미국 보스턴의 병원에서도 코로나19를 5개월간 앓았던 에이즈 환자에게서 코로나19 변이가 다수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모든 면역 결핍 환자에게 같은 위험이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콰줄루나탈대 연구를 이끈 툴리오 데 올리베리아 교수는 “약이 잘 듣지 않는 에이즈 환자를 통해 코로나19 변이가 잇따라 생겨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변이를 막으려면 먼저 에이즈를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아공 환자 사례는 지난달 아프리카 보건장관회의에서 논의됐고 조만간 세계보건기구(WHO)에도 공유될 예정이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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