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외교, 中에 “못생긴 멍청이, 꺼져” 트윗 파문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1-05-05 03:00수정 2021-05-05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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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출신 ‘미국통’ 록신 장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작심 비판
中, 남중국해 90% 자국영해 주장, 국제법 무시… 동남아국들과 분쟁
최근 필리핀 EEZ내에 수백척 정박… 군함 출동 철수요구에도 꿈쩍 않아
中외교부 “격에 맞게 발언을” 반발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떼를 이뤄 서로 결박한 채 정박해 있는 중국 선박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제공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에서 반중국 정서가 격화하고 있다. 3일 테오도로 록신 외교장관(73·사진)은 중국을 향해 “못생긴 멍청이, 꺼져” 등 막말을 섞은 트윗을 올렸다.

록신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 내 친구여, 얼마나 정중하게 말해야 할까”라며 “어디 보자…꺼져 버려”라고 썼다. 그는 중국을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잘생긴 남자에게 관심을 쏟는 추악한 멍청이(oaf)”라고 표현하며 “우리 우정에 무슨 짓을 한 거냐?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필리핀 인사들은 발언할 때 예의와 신분에 맞게 하기 바란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필리핀은 중국의 주권과 관할권을 존중하고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고도 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록신 장관은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필리핀대사 등을 지내며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다. 2018년 10월부터 외교장관을 맡았다.

남중국해에 이른바 ‘구단선’으로 불리는 ‘U자’ 모양의 9개 선을 그어 이 중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3월부터 중국 선박 수백 척이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는 ‘휘트선 암초’ 지역에 정박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달 12일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틀 후엔 군함 4척을 출동시켰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이 서로 결박한 채 대항해 몰아내지 못했다. 중국은 자국 선박이 악천후를 피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달 20일에는 2016년 집권 후 내내 친중국 행보로 일관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까지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 필리핀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첵시트(Chexit)’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에 빗댄 표현으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록신 장관의 트윗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사자 다시 중국 편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3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중국은 필리핀의 후원자이므로 무례하게 대하면 안 된다. 우리는 과거든 현재든 중국에 감사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이런 오락가락 행보를 두고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그가 의도적으로 ‘강온양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 정서를 의식해 남중국해 영유권을 포기할 수 없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 등을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 또한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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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동중국해에서 미국 구축함에 의해 감시를 당하는 듯한 모습이 최근 공개된 항공모함 랴오닝함 관련자를 문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격) 상무위는 이미 2년 전에 전역한 쑹쉐(宋學·63) 전 해군 부참모장(소장)의 전국인대 대표 자격을 정지시켰다. 기율과 법률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인데 그는 전역하기 전 랴오닝함을 포함한 해군장비 개발 업무를 맡았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필리핀 외교#록신 장관#두테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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