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100일 ‘합격점’… 국정운영 지지도 50%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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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4일 백악관 트리티룸.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을 발표하기 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복에서 하얀색 카드 한 장을 꺼내 뭔가를 확인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15분 단위로 짜여진 일정이 적힌 카드였다.

78세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에게는 버거울 수 있는 빡빡한 일정을 그는 취임 이후 계속 소화해왔다. 그렇게 달려온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 레이스는 29일(현지 시간)로 100일을 맞는다. 이를 앞두고 잇따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일단 합격점. 그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는 과반인 50%를 넘어서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가 대선후보 시절 내놨던 61개의 선거공약 중 현재까지 24개는 실제 조치가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및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부터 대규모 코로나19 경기부양책,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및 기후 정상회의 개최 등이 출범 후 100일 안에 이행됐다. 부처 간 검토 및 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사안들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전임자 같은 카리스마도, 화려한 언변도 없는 고령의 지도자를 향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취임 직후부터 강공 드라이브를 걸며 핵심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AP통신은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미국은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끌어나가고 있다”며 “지난 100일 간 말은 줄이고 행동으로 더 보여주며 전력 질주해왔다”고 평가했다.

좌충우돌하며 정책적 혼선을 이어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조를 이루는 그의 차분함과 안정성도 호평받고 있다. CBS방송과 유고브가 21~24일 공동 진행해 25일(현지 시간)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표현하는 단어로는 ‘대통령다운(presidential)’이 62%로 가장 많았고, ‘능력 있는’과 ‘집중적’, ‘지식이 있는’이 각각 56%로 모두 절반 이상이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쌓은 베테랑들로 내각을 구성한 뒤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 게 여론의 신뢰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CBS방송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8%로 ‘지지하지 않는다(42%)’를 크게 웃돌았다. NBC방송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지지한다고 답변했고,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지지율은 52%로 과반을 넘었다. 앞서 15일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59%로 집계됐다.

아직은 갈 길도 멀다. 코로나19 대응과 경기 회복 외에 인종주의와 불평등, 극단적으로 갈린 사회적 분열 등의 난제가 산적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 이란과의 핵 합의 복원,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 복원 등의 과제에 직면했다. 취임 이후 급증한 국경지대의 이민 행렬은 바이든 행정부가 ‘위기’라고 부를 정도로 심각해진 상황이다.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서 부모 없이 혼자서 국경을 어린이의 수는 3월 한 달에만 1만8890명에 달했다.

이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된다. abc방송의 조사에서 국경 이민자 문제 대응은 ‘잘했다’가 37%로 코로나19 대응(64%), 코로나19 경기부양책(65%)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폭스뉴스 조사에서는 ‘국경지대 안보가 2년 전보다 나빠졌다’는 응답이 46%에 달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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