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 “얀센, 낮은 비율로 혈전 부작용 유발…접종 이득이 훨씬 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1일 0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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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약품청(EMA)이 20일(현지시간)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혈전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다만 극히 낮은 비율로 발생하기 때문에 ‘얀센 백신 접종에 따른 이득이 훨씬 크다’며 접종 중단이나, 연령에 따른 제한적 접종을 권고하지는 않았다.

EMA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약물안전성관리위원회(PRAC) 분석결과 얀센 백신 접종이 매우 드물게 혈소판 감소가 일어나는 혈전 부작용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얀센 백신 접종 시 뇌의 혈액을 심장으로 운반하는 뇌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뇌정맥동혈전증(CVST) 혹은 복부 간정맥이나 동맥에서 혈전이 생기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EMA는 설명했다.

부작용은 △접종 후 21일 이내 △주로 여성 △60세 미만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혈전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얀센 백신 제품 정보에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PRAC는 미국 내 얀센 백신 접종자 700만 명, 혈전 부작용 사례는 8건을 분석했다.

브리핑 중인 에머 쿡 EMA 청장 모습
브리핑 중인 에머 쿡 EMA 청장 모습
그러나 EMA는 별도의 접종 중단이나 연령 제한 등의 권고는 내리지 않았다. EMA는 “부작용은 매우 희박하며 구체적 위험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얀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접종 중단보다 더 크다”고 밝혔다. 부작용 징후 시 신속한 전문의 진단 및 치료로 위험요소를 관리하면 된다고 권고했다. 앞선 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 검증 발표 당시와 유사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실제 정맥혈전 증세는 세계적으로 세 번째로 흔한 심혈관 질환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1000명 중 1, 2명에게서 해당 질환이 발병한다. 또 코로나19 백신 뿐 아니라 대부분의 백신이 일정 비율의 부작용은 발생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15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시 뇌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을 때보다 최대 10배 크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사이에서는 100만 명당 39명꼴로 뇌혈전이 발견된 반면, 백신 접종자 사이에서는 100만 명 당 4명꼴로 발견됐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3차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달 17일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300만 명을 돌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백신 접종이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비상사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은 ‘이중 변이’ 바이러스도 인도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변이 바이러스 두 종류를 함께 보유한 바이러스로, 현재 개발된 백신이나 단일 항체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EMA가 반영해 부작용 가능성에도 얀센 백신의 사용 권고를 유지한 것이라고 BBC 등은 전했다. 21일 EMA 이번 결정으로 얀센 백신 접종 계획을 보류했던 EU 회원국들이 본격적인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가별 팬데믹 상황과 백신 수급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EMA는 지난달 11일 얀센 백신을 승인했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에 이어 4번째 승인이었다. 이후 12일 EU 회원국에 얀센 백신의 첫 배송분이 도착하는 등 상반기에 5만5000회 분이 접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3일 “얀센 백신 접종 후 심각한 혈전이 나타나 사용 중단을 권고한다”고 발표하자 EMA도 14일 재검사를 선언했다. 미국의 경우 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14일 회의를 소집했지만 사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아직 내리지 못한 상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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