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反쿠데타가 反中으로… 오성홍기 불태우고 ‘불매’ 트윗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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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유엔 안보리 군부 비판 성명, 中반대로 ‘규탄’ 등 삭제 톤다운
“미얀마서 나가라” “대사관 폐쇄” 등 SNS에 中비판 내용 쏟아져
中은 국경지역 병력 배치 강화… 쿤밍 연결 송유관 보호 조치 나서


5일 미얀마 양곤의 한 거리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중국 오성홍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5일 미얀마 양곤의 한 거리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중국 오성홍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에서 반중국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양곤에서는 중국 오성홍기를 불태우는가 하면, 만달레이에서는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 가면을 쓰고 중국산 제품을 보이콧하는 집회도 열렸다. 곰돌이 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모·체형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시 주석을 풍자할 때 종종 쓰였다.

5일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일부 시민이 중국 오성홍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거리 두 곳에서 시위대가 오성홍기에 기름을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공유한 트위터 이용자는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제재하려는 유엔을 저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4일 양곤에서는 
청년들이 유엔의 입을 막는 중국의 모습을 형상화한 가면을 쓰고 집회에 나섰다. 양곤=AP 뉴시스
4일 양곤에서는 청년들이 유엔의 입을 막는 중국의 모습을 형상화한 가면을 쓰고 집회에 나섰다. 양곤=AP 뉴시스
4일에는 양곤 청년들이 유엔과 중국 국기가 그려진 가면을 쓰고 집회에 나서기도 했다. 가면 이마에는 유엔 로고가, 아래에는 중국 오성홍기가 그려진 손이 입을 틀어막는 형상이 그려졌다. 마스크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양쪽 뺨에는 ‘미얀마를 구하라’란 글귀가 적혔다. 6일 만달레이에서는 시민 20여 명이 ‘곰돌이 푸’ 가면을 쓰고 ‘중국산 제품을 보이콧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조종하려는 중국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이 비판 성명의 톤을 낮춘 것이 알려지면서 격해졌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성명문은 당초 군부에 대한 제재를 의미하는 ‘후속 조처를 검토한다’는 문구를 포함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삭제됐다. 또 군부가 민간인을 ‘살해했다(killing)’거나 군부를 ‘규탄한다(deplore)’ 등의 단어도 중국에 의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은 미얀마에서 나가라’ ‘주미얀마 중국대사관을 폐쇄하라’ ‘중국이 범죄를 저지르는 군사정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유명 배우 킨 윈 와 또한 “중국산 제품을 보이콧할 때가 왔다”는 트윗을 썼다.

점차 고조되는 반중 감정에 중국이 국경에 병력 배치를 강화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는 2일 미얀마와 국경 소식통을 인용해 국경 도시 제가오(姐告)에 군 병력을 실은 트럭이 잇따라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내전이 발발할 경우 송유관·가스관이 파괴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중국은 반중 시위가 거세진 2월 말에도 군부를 만나 송유관·가스관의 안전 보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설은 미얀마 서부 해안 차우퓨에서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시까지 800km 구간에 걸쳐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쿠데타 발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미얀마 사태에 대해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미얀마 사태를 언급하며 “유엔 안보리의 부당한 개입에 반대하고 외부 세력의 선동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발발 이후 이달 4일까지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564명이 숨졌다. 이 중 어린이 사망자는 47명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얀마#반중국#쿠데타#오성홍기#유엔 안전보장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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