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성명에 ‘대북 대화’ 언급 없어… 中은 ‘한국이 나서라’ 압박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최지선 기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1-04-05 03:00수정 2021-04-05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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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105분 만난 한미일 안보실장
바이든 취임후 3국 고위급 첫 회동
美, 北과 대화보다 제재에 무게
마주앉은 한중 외교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4시간 반 넘게 진행된 회담에서 왕 부장은 정 장관에게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이 패권 경쟁 중인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 한중 협력도 강조했다. 샤먼=AP 신화
미국 백악관은 2일(현지 시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뒤 “3국이 유엔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에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달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새 대북전략 발표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제재의 철저한 준수를 촉구하고 중국에는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는 구멍을 방치하지 말라는 데 한미일이 합의했다고 밝힌 셈이다. 한국 정부는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 노력에도 공감했다”고 했으나 회의 결과를 전하는 백악관의 언론 성명에 ‘대화 재개’는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에도 대화를 강조한다는 메시지를 주지 않기 위해 미국이 당장은 억지와 제재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은 이날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서 대면 회의를 진행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3국 외교안보 핵심 고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미일 양자 회의에 이어 한미(80분), 한일(50분) 회의가 차례로 진행됐고 마지막으로 한미일 3자 회동이 105분간 이어졌다.

백악관은 회의 후 배포한 언론 성명에서 “안보실장들은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필요성 및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한미일 3국이 조율해 내놓은 공동성명이란 점에서 북한과 중국 모두에 압박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온 일본의 목소리가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 실장은 회의 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일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3국 성명에 담기지 않은 내용 중 북한을 향한 외교적 노력이 언급됐음을 밝힌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정부가 이에 부정적인 미국을 설득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양측이 가급적 조기에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다만 한미일 간 대북 접근의 틀이 만들어지는 것인지에는 “한 가지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는 소재가 아니다. 그래서 각국이 보는 입장과 평가를 교환했다”고 해 대북정책을 두고 한미일 간 이견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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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성명에서 “3국 안보실장들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비롯한 공동의 관심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공동의 안보목표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간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우리가 공유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기초한 공동의 비전을 발전시키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국가안보 사안으로 다루기 시작한 반도체 문제도 주요한 이슈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中서 4시간반 만난 한중 외교장관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대북제재 완화 등에 한국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요구를 하고 나섰다. 한국이 미국에 이를 설득하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 중국은 미중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에 대해서도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북한, 중국 문제에서 미중 간 ‘줄타기 외교’에 나선 문재인 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회담에서 왕 부장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각 측이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한국과 (이를 위한) 소통을 유지하고 공통 인식을 확대하기를 원한다”며 “한국이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체제 안전 보장, 대북제재 완화 주장 등을 가리키는 말로 써왔다. 우리 외교부 발표문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날 한미일 안보실장들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에 3국이 동의했다고 미 국이 강조한 반면, 중국은 한국에 북한의 주장을 대변하면서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회담 뒤 현지에서 “미국은 북한의 위협 쪽에 더 관심이 있고, 중국은 북한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 동맹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한국을 집중 공략해 미국의 포위망을 돌파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왕 부장은 “중한 경제는 고도로 융합돼 있고 이미 이익공동체가 됐다”며 “5G, 빅데이터, 녹색경제, 인공지능, (반도체) 집적회로, 신재생 에너지 등 협력을 중점 강화하고 (이 분야에서) 질 높은 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 발표문에 없는 내용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측이 미중관계에 대한 입장을 아주 솔직하게 얘기했다”고 해 미국에 대한 강한 성토가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외교부 고위 당국자 간 전략대화와 차관급 외교안보대화(2+2)를 상반기 내에 추진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한중 2+2 대화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 동안 중단됐다. 한미가 지난달 장관급 2+2 대화를 열며 중국 압박에 나서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추진하기로 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이 영화 방송 게임 등 한국 문화콘텐츠 분야 수입을 금지한 한한령 해제를 요구한 데 대해 왕 부장은 “관심사를 잘 알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시 주석 방한과 한한령 등은 중국 측 발표에 없었다.

이날 회담은 오찬을 포함해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긴 4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한미일 안보회의#한중 외교회담#대북정책#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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