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산국’ 체코도 대북전단금지법 문제제기…국제사회 우려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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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5월 30일 인천시 강화군 양사면 교산리에서 ‘꽃제비 지성호, 공사 태영호 국회의원 되다’ 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0.5.1/뉴스1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5월 30일 인천시 강화군 양사면 교산리에서 ‘꽃제비 지성호, 공사 태영호 국회의원 되다’ 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0.5.1/뉴스1
미국, 영국에 이어 체코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는 등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회의까지 열면서 진화에 부심하고 있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달 30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체코 외교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 측에 입법 취지와 내용 등을 질의했다. 체코 외무부의 주자나 슈티호바 공보국장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승인된 해당 조치를 분석하고, 그 기능과 이를 시행하려는 동기에 대해 (한국에) 질문했다”며 “체코 외무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의 승인에 대해 통보받고,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대표들과 이 사안에 대해 소통했다”고 확인했다.

슈티호바 국장은 그러면서 “조만간 유럽연합(EU) 내부에서 해당 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체코를 넘어 EU 차원에서 다뤄질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앞서 영국 의회에서도 이 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인권 증진은 체코 외교정책의 중요한 우선순위”라며 “우리는 한국이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이 보장되고 존중되는 민주주의 정부를 갖춘 나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였던 체코는 북한에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고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을 지지하는 등 그동안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체코는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유럽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VOA에 따르면 체코 외교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부인 김평일 전 체코주재 북한대사 재임 당시 그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반인권법’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며 “합당한 후속 조치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가 인권 문제로 인해 국내외 비판을 받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인권은 내정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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