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 확진 ‘유령도시’된 백악관…대변인·출입기자 잇따라 확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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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백악관에서만 총 1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백악관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성 판정을 받은 백악관 직원과 그 접촉자들이 격리에 들어감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이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고 전했다.

5일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과 대변인실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호프 힉스 대통령 보좌관의 밀접 접촉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르면 그는 이날부터 곧바로 격리에 들어가야 했지만 나흘이나 늦게 격리를 시작했다. 특히 1일에는 마스크 없이 백악관 취재진 앞에 등장해 그를 통한 추가 감염 위험이 상당히 높은 상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 출입 기자 가운데 마이클 시어 NYT 기자를 비롯해 최소 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최근 백악관 행사를 취재했거나 에어포스원을 타고 대통령의 일정을 동행 취재했던 기자들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 부부까지 감염됐을 정도로 백악관 내 감염 위험이 높은데도 백악관 측이 허술한 방역 대책으로 일관한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백악관은 매커내니의 확진 판정 직후 취재진을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불러 모아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할 뜻을 밝혔다. 이에 취재진은 검사를 하다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벤 트레이시 CBS 기자는 트위터에 “북한에서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일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느낀다. 완전히 미쳤다”고 반발했다. 조너선 칼 ABC기자는 “백악관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유일한 공간은 기자들이 일하는 공간이며 예방 수칙을 늘상 위반하는 유일한 사람들은 백악관 직원”이라고 가세했다. 일부 기자는 스스로 기자회견장 입구에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문구까지 붙였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치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 백악관에 복귀함에 따라 집사, 요리사, 청소 담당자 등 백악관 상주 직원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흑인, 히스패닉계다. 1950~1980년대 백악관에서 8명의 대통령을 수행한 흑인 집사 유진 앨런 씨의 아들 찰스는 “만약 아버지가 아직도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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