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을 앞두고 현지 언론이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해 유력 후보들의 ‘국가관’을 비교·분석하는 기사를 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극우 성향 일간지 산케이신문은 31일 ‘포스트 아베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까’란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자민당 총재 경선 주자로 꼽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정무조사회장), 그리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과거 야스쿠니 신사 관련 발언들을 소개하며 집권시 참배에 나설지 여부를 점쳤다.
야스쿠니는 도쿄도 지요다(千代田)구 구단키타(九段北)에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신사로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민간인 등 246만여명이 합사돼 있다. 이 때문에 이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도 불린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한 적이 있으나 한국·중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판이 일자 그 뒤론 주요 행사 때마다 공물을 보내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우익 진영에선 총리뿐만 아니라 일왕도 야스쿠니를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산케이는 작년 7월엔 사설을 통해 일왕과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재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스가·기시다, 각료 재임 중 참배한 적 없지만 ‘취지’는 옹호
산케이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지난 2011년 8월15일 일본의 2차 대전 패전일(종전기념일)을 맞아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자신의 블로그에도 공개했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 아베 총리 재집권과 함께 관방장관으로 발탁된 뒤론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일본 정부 대변인으로서 아베 총리의 2013년 야스쿠니 참배는 물론, 이후 장관급 각료들의 잇단 참배에 대해 “취지를 끈질기게 설명해면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외교에 영향을 미칠 게 없다”고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다.
아베 총리의 2013년 야스쿠니 참배 당시 외무상이었던 기시다 회장도 앞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께 존숭(尊崇·마음 속 깊이 존경함)의 뜻을 표하는 건 중요한 일”이란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기시다 역시 2012~17년 아베 정권의 외무상으로 재임하는 동안엔 야스쿠니를 찾은 일이 없다. “야스쿠니 참배가 정치·외교문제화하는 건 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그는 2016년 국회 답변에서 “(외무상 취임 이전) 국회의원으로선 (야스쿠니를) 참배했었다”고 밝혔다.
◇이시바는 “개개인의 판단”이라면서도 ‘A급 전범 합사’엔 문제 제기
자민당 총재 후보군 가운데 상대적으로 지한파‘로 꼽히는 이시바 전 간사장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는 정치인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1978년 10월 이뤄진 A급 전범 합사가 현직 일왕의 야스쿠니 참배 중단을 불러온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현직 일왕의 야스쿠니 참배는 1975년 11월 히로히토(裕仁) 당시 일왕이 마지막이다. 나루히토 현 일왕의 조부인 히로히토는 1926년 즉위해 1941년 태평양전쟁 개전을 결정한 인물이다. 1989년 숨진 히로히토는 생전에 모두 8차례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그러나 1988년 4월 히로히토의 측근 도미타 도모히코(富田朝彦) 전 궁내청 장관이 작성한 이른바 ’도미타 메모‘엔 ’히로히토가 야스쿠니의 A급 전범 합사를 반대했고, 그래서 참배를 중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산케이는 “현재로선 누가 총리가 되든 야스쿠니를 참배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면서도 “입장이나 상황이 바뀌면 야스쿠니에 대한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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