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자국 안보 스스로 지키겠다” 추도식서 부적절한 발언

도쿄=김범석 특파원 입력 2020-08-15 13:34수정 2020-08-1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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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참배한 각료들도 “한국 중국이 (야스쿠니 참배) 문제 삼을 일 아냐” 망언
도쿄 =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15일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종전) 75주년에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국 안보에 대해 “스스로 지키겠다”는 뜻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또 공물을 보내며 “전몰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도 밝혔다. 이날 현직 각료 4명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각료가 패전일에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것은 4년 만이며 규모도 2012년 2차 아베 내각 이후 최대다.

●추도식서 “자국 안보 스스로 지키겠다” 강조한 아베 총리
아베 총리는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지난해에 이어 가해 역사에 대한 반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은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하며 걸어왔고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세계의 다양한 과제에 역할을 다하겠다”며 자국 안보는 자국의 능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뜻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를 전몰자 추도식에서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이 표현은 아베 총리가 시정 연설 등에서 자위대 명기를 바탕으로 한 개헌 추진을 강조할 때 사용해오던 것으로 추도식에서 자위대 역할 확대를 언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도 “최근 일본이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철회하면서 적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도입 추진 등을 두고 발언한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전후 오랫동안의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며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深い反省)‘ 위에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침략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표명했다.

도쿄 =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에토 영토상, “참배는 한국 중국이 얘기할 것이 아냐”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다카토리 슈이치(高鳥修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을 통해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를 공물로 보냈다. 아베 총리의 공물 헌납은 2012년 12월 2차 집권 후 8년 연속이다. 다카토리 보좌관은 헌납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가 ’평화의 초석이 된 전몰자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등 현직 각료 4명이 참배를 마치고 나올 때 참배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하기도 했다. 특히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영토담당상은 참배 후 한국, 중국 등 이웃 국가들의 반발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이나 중국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 그런 질문이 더 이상하다”라며 일본에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는 식의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참배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다. 결코 외교문제로 삼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추계 예대제(가을 제사) 때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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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 4명 외에도 자민당 내 보수 의원 모임 2곳의 회원 총 29명이, 초당파 의원 연맹인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서도 대표자 2명이 각각 참배를 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우려에도 참배 행렬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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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객들, “전몰자들 있으니 동아시아 평온한 것”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8도가 넘을 정도로 폭염이 이어졌고 도쿄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385명이 발생했음에도 야스쿠니신사에는 참배객들이 몰려 문 바깥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줄곧 이어졌지만 다수의 참배객들은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서거나 덥다고 마스크를 벗는 등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특히 감염 방지를 위해 전몰자 추도식에서조차 국가 등 노래를 부르지 않았는데 현장에서는 큰 소리로 군가를 부르는 참배객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참배객들은 적극적으로 일본과 현 정부를 옹호했다. 가족과 함께 참배를 하러 온 다나카 고사부로 씨는 “75년간 일본은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았는데, 이 모두 야스쿠니신사에 묻힌 전몰자가 지켜준 덕분”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참배객은 “전몰자가 있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가 평온한 것”이라며 “강제징용 등 일본과 외교적 갈등을 빚는 한국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라야마 총리, “통철한 반성 요구” 25년 만에 새 담화 발표
침략 전쟁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에 대해 제동을 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5년 전 일본의 침략 전쟁을 사죄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25년 만에 ’신 무라야마 담화‘를 공개하며 또 다시 침략 전쟁에 대해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고,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평화와 민주주의, 국제협력을 기조로 하는 일본의 진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려는 일본 내 우익 세력을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사설을 통해 “최근 일본의 전쟁이 아시아를 백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해방시키려 했다는 전쟁 미화 서적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에 큰 손해를 끼친 사실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젊은 세대에 치우친 역사관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고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우려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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