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무력해산 반대’…美 전직 군 간부, 국방부 자문위 공개 사임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3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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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에 '사임서한' 기고해
"에스퍼, 헌법수호 취임 선서 어겨…무력사용 반대했어야"
"미국인 상대 '군사력 사용' 결정 해야 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플로이드 시위’ 무력 해산에 반발한 군 고위 간부 출신 인사가 미 국방부 자문 위원회를 공개 사임했다.

제임스 밀러 전 국방부 정책차관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을 통해 국방부가 선임하는 국방과학위원회 위원직을 공개 사임했다.

밀러 전 차관은 기고문에서 “지난 2014년 초 위원회에 합류할 때 나는 미 헌법을 수호·지지하고 믿음과 충성을 다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취임 선서를 했다”라며 “당신(에스퍼 장관)도 같은 선서를 읊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나는 당신이 그 선서를 어겼다고 생각한다”라며 “법을 준수하며 단지 백악관 밖에 있던 시위대가 최루가스와 고무탄으로, 안전상 이유가 아니라 대통령의 사진 촬영 길을 내기 위해 해산됐다”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월요일(1일) 밤 행동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집회를 열 권리’라는 수정헌법 1조뿐만 아니라, 충실히 법을 집행하겠다는 대통령 선서를 훼손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러 전 차관은 이어 에스퍼 장관을 향해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형편없는 권력 사용 지시를 막을 수 없었을지 몰라도, 이에 저항하는 쪽을 선택할 수는 있었다”라며 “그러는 대신 당신은 지지했다”라고 했다.

그는 “어젯밤 노골적인 (선서) 훼손이 ‘선을 넘는 일’이 아니었다면, (선을 넘는 일은) 무엇인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넘지 못할 선은 없어 보인다. 당신(에스퍼)은 며칠 내로 끔찍한 질문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밀러 전 차관은 특히 “당신은 해외 전투에서 사활을 건 결정을 내려왔다. 곧 미국 거리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하는 사활을 건 결정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라며 “당신은 언제 어디에 선을 긋겠나”라고 따졌다.

그는 아울러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에스퍼 장관의 ‘전쟁터(battlespace)’ 발언에 대해서도 “당신이 미국을 ‘전쟁터’로 보거나, 시민들을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밀러 전 차관은 이를 토대로 즉각 사임 의사를 밝히며 “이 사직서로 당신이 우리 군인과 목숨이 위태로운 다른 이들에 대한 의무, 그리고 취임 선서에서 약속한 의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미 전역에선 인종차별 반대와 사법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고 있다. 일각에선 시위가 격화되며 약탈과 폭력 행위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격화된 시위를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 주 방위군 투입을 지시했다. 아울러 방위군이 제때 투입되지 않을 경우 연방 군대를 총동원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도보로 백악관 인근 세인트 존스 교회를 방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백악관 인근 시위대가 최루가스와 고무탄으로 강제 해산됐다. 에스퍼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 도보 이동에 동행했다.

아울러 워싱턴DC 시위 진압 과정엔 전투용 헬리콥터 ‘블랙호크’로 추정되는 헬기까지 투입돼 논란이 거세다. 미 언론은 같은 날 에스퍼 장관이 주지사들과 통화하며 미 전역 시위 현장을 ‘전쟁터’로 불렀다는 보도도 내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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