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코로나19 탓에 원격 공판 열어 사형 선고

뉴시스 입력 2020-05-21 16:27수정 2020-05-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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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앰네스티 "싱가포르 사형 부과로 국제법과 기준 어겨"
싱가포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외출 제한령이 내려진 가운데 싱가포르 사법부가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Zoom)’을 통해 마약사범에게 사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원격 공판으로 사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와 국제 앰네스티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법원(High Court)은 지난 15일 줌을 활용한 원격 공판을 열어 말레이시아인 마약사범 푸니탄 게나산(37)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게나산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교도소에서 줌을 활용해 공판에 임했다. 역시 검찰도 줌으로 공판에 참여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제한령인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를 발령했다. 교정당국도 지난달 7일부터 외부인의 교도소 방문을 금지하고 입소자가 법원에 출석해야할 경우에도 직접 출석하는 대신 줌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게나산은 지난 2011년 운반책 두 명을 고용해 마약의 일종인 헤로인 28.5g을 싱가포르로 반입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나산은 지난 2016년 1월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된 이후 싱가포르로 인도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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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반책 2명은 지난 2015년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싱가포르는 마약사범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 무관용 정책을 펴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게나산은 자신이 주범이라는 운반책들의 증언을 부인하면서 친구 부부를 증인으로 내세웠지만 재판부는 줌을 활용해 열린 원격 공판에서 그의 알리바이를 기각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싱가포르 대법원은 게나산이 싱가포르에서 원격 공판으로 사형을 선고 받은 최초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전세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념하고 있는 가운데 사형이 선고된 것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국제 앰네스티는 20일 성명을 내어 “줌을 통해서든, 직접 대면해서든 사형 선고는 언제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다”며 “이번 사건은 싱가포르가 마약 밀매범에게 사형을 부과해 국제법과 기준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힐난했다.

반면 싱가포르 대법원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모든 관계자의 안전을 위해 공판을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했다”면서 게나산의 항변권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선을 그었다. 게나산의 변호인은 BBC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원격 공판에서 사형이 선고됐다는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사형이 선고된 것은 싱가포르가 처음은 아니다. 나이지리아 법원은 이달초 고용주의 노모를 살해한 종업원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에도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해당 선고를 비판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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