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탈리아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스페인의 환자 급증 속도가 가팔라 우려를 낳고 있다. 20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1만9980명, 사망자는 1002명으로 각각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다.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대도시 위주의 감염 △의료진 부족 △정정 불안 등을 보인다. 현재 수도 마드리드에서 전체 확진자와 사망자의 각각 약 40%, 66%가 발생했다. 마드리드 광역권 인구는 530만 명으로 전체 4700만 명의 11.3%에 달한다. CNN에 따르면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 마드리드 주지사는 “마드리드 인구의 80%가 감염될 수 있다. 특히 약 15%인 노인, 사회적 약자 등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족한 의료진과 병상도 문제다. 일간 엘파스에 따르면 스페인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의료 예산을 꾸준히 줄였다. 이에 따른 의료인력 이탈도 심각해 최근 마드리드 당국이 간호 인력을 긴급 소집해야 했을 정도다. 정부는 은퇴한 간호사까지 모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3.0개인 병상 수도 독일(8.0개), 프랑스(6.0개)보다 훨씬 적다. 당국은 고급 호텔을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임시 병원으로 바꿨다.
이 가운데 집권 사회당은 지난해 4월과 11월 총선에서 모두 하원 350석의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고 올해 1월에야 간신히 연정을 구성했다. 카탈루냐와 바스크의 분리독립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같은 대형 위기 때 중앙정부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잘 사는 중북부와 낙후된 남부의 경제 격차도 크다. 지난해 기준 마드리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1045달러(약 4925만 원). 바스크(3만9113달러), 카탈루냐(3만5700달러)도 높은 편이다.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와 가까워 이민자 유입이 많고 농업이 기반인 최남단 안달루시아(2만2512달러), 엑스트레마두라(2만2202달러) 등은 이를 훨씬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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