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親이란 민병대 보복 공습… 폼페이오 “혁명수비대 좌시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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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국 민간인 사망 대응조치
이라크-시리아내 5개기지 공격… 최소 25명 사망-55명 부상
‘사실상 이란 직접 공격’ 평가
이란측 반발… 양측 긴장 고조

미군 주둔 이라크 공군기지 경계 강화 이라크 안바르에서 29일 이라크 정부군 지휘관들이 작전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가 일련의 공격을 받은 뒤 보호 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안바르=AP 뉴시스
미군 주둔 이라크 공군기지 경계 강화 이라크 안바르에서 29일 이라크 정부군 지휘관들이 작전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가 일련의 공격을 받은 뒤 보호 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안바르=AP 뉴시스
미군이 29일 이라크의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인 ‘카타이브헤즈볼라(KH)’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이틀 전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의 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 민간인 1명이 사망하고 미군 4명이 부상당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공습이 이라크 내 3개 기지와 시리아 내 2개 기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최소 25명의 KH 대원이 숨지고 55명이 다쳤으며 기지 내 무기 저장고, 지휘 통제소 등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KH는 이란에서 ‘정부 위의 정부’로도 불리는 최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아왔다. 혁명수비대는 중동 주요 시아파 무장세력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이란의 대외 영향력 확대를 도모해 왔다. 이번 공습이 사실상 이란을 직접 공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이라크와 시리아 공습이 성공했다. 필요하다면 추가 행동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인을 위태롭게 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 5, 6월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소속 유조선 피격, 6월 이란의 미군 무인기(드론) 격추,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생산시설 피격 등이 발생할 때마다 “이란이 배후에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럼에도 경제 제재만 강화했을 뿐 군사 대응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무인기 격추 때 이란 본토에 대한 보복 공습을 준비했지만 인명 피해를 우려한 군 수뇌부의 만류로 “공습 10분 전 이를 철회했다”고 직접 밝혔다.

이를 감안할 때 KH에 대한 공격은 미국이 이란을 향해 ‘직접적인 군사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두 나라는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과 맺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날 공격이 이란, 러시아, 중국 등 대표적 반미 국가 3개국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을 겨냥한 공동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도중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군 소식통은 AFP통신에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은 IS보다 미군에 더 큰 위협”이라고 밝혔다.

이란 측의 반격도 거세다. KH와 마찬가지로 역시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은 이날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전쟁을 중단하지 않으면 두 나라의 유전과 군사기지 등 민감 시설 9곳을 공격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를 감안할 때 중동 전역이 미국을 필두로 미국과 가까운 사우디, UAE 등 수니파 국가 대 이란과 이란을 추종하는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 시아파 무장단체의 대결 구도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친이란 민병대#공습#군사대응#이란 혁명수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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