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다리 붕괴에… 伊, 민자 도로 폐지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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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부실 드러나자 운영권 박탈… 고속도로 전 구간 국영화 추진

2년 연속으로 교량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민간 기업의 도로 운영권을 박탈하기로 했다. 나아가 20년간 유지해온 민자 고속도로 정책을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3일 내각회의를 열고 패션그룹 베네통의 인프라 자회사인 아틀란티아가 갖고 있던 고속도로 운영권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아틀란티아는 이탈리아 전체 고속도로 중 절반에 달하는 3000km 구간의 운영권을 갖고 있다. 운영권은 2038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지만 도로 붕괴 참사 등을 이유로 이를 조기에 회수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제노바에 설치된 모란디 대교가 무너져 43명이 사망했다. 정부가 1년간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보수 유지 등 관리 부실이 붕괴의 주원인으로 판명됐다. 이 대교의 운영권이 아틀란티아에 있었다.

지난달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 토리노와 리구리아주 사보나를 잇는 고속도로 교량이 또다시 붕괴되면서 고속도로 인프라 안전에 대한 우려 여론이 거세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 운영권 회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관련 법령도 정비했다. 운영권을 계약기간 만료 전 회수하려면 정부가 계약 위반에 따른 보상금을 해당 업체에 줘야 하는데 법 개정으로 보상금을 3분의 1 정도로 줄였다. 또 민자 고속도로 운영권 박탈 후 국영 도로관리기관(ANAS)이 곧바로 관리를 맡는 내용도 법안에 담았다. 민자 고속도로 전체를 다시 국영으로 되돌리는 정책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1999년 공기업 부채 문제를 이유로 고속도로 운영을 민영화했다. 이후 민간 기업이 수익을 내는 데만 혈안이 돼 도로를 부실하게 유지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탈리아#다리 붕괴#민자 도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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