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런던 묘지, ‘반달’ 방지의 감시카메라 설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5일 2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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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대형 공동묘지에 소재한 카를 마르크스의 묘가 고의 훼손를 당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감시 카메라가 주변에 설치됐다고 25일 가디언이 전했다.

두 대의 CCTV 시설이 1급 추모 기념물인 마르크스 묘의 양쪽 나무 기둥마다 잘 보이지 않게 가설됐다. 올 1월과 2월에 잇따른 파괴와 훼손 행위로 크게 손상된 대리석 명판은 현재 제거되어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마르크스 묘는 ‘마르크스묘 신탁(트러스트)’이란 단체가 보유하고 있으며 신탁은 영국 건조물 사적을 감독하는 기관인 ‘히스토릭 잉글랜드’ 및 보안 전문가들과 상의한 끝에 카메라 설치를 결정했다.

마르크스의 묘는 런던 북부의 하이게이트 묘지에 있는데 이 공동묘지 단지에는 17만 명의 유해가 6만 기에 가까운 묘체에 안장되어 있다. 서양식 묘는 지상 봉분이 없는 평분으로 묘비와 명판이 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훼손된 마르크스 묘 명판은 마르크스 부부의 1883년 원본 묘비 때부터 있던 것으로 1954년 마르크스 흉상을 얹은 현재의 추모비에 그대로 옮겨졌다.

카메라 설치에 관여한 묘지 관리재단 하이게이트 트러스트에 따르면 이 단지에서 마르크스 묘가 카메라로 감시되는 최초의 묘다.

1월의 첫 묘지 ‘반달’ 행위는 해머로 마르크스의 이름을 파없애려는 공격이었고 복수로 추정되는 반달 공격자들은 2월에 더 큰 해머를 동원해 명판을 몽땅 파괴하려고 시도했다. 두 번째 반달에서 이들은 또 붉은 페인트로 ‘증오의 독트린’‘제노사이드의 건축가’라는 귀절이 든 슬로건으로 추모비를 더렵혔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으나 목격자도 없고 용의자 신원 파악에 도움을 줄 법의학적 증거물도 확보하지 못해 누구 소행인지 알지 못한다.

좌파적 성향으로 종종 비판 받고 있는 가디언은 기사에서 “마르크스 자신은 결코 감시라는 것을 옹호한 적이 없으나 그는 결국 그의 공산주의 이념을 구실로 시민들에 대한 전대미문의 감시를 행한 정치 체제가 태어나도록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조지 오웰의 1984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전능에 가까운 빅 브라더에 의해 밤이고 낮이고 스파이 당하는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려 그런 (마르크스) 체제를 풍자했다”고 썼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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