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반정부 시위 배후가 K-팝?…정부 보고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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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4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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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공유한 트위터. “엑소(EXO)가 최전방에서 경찰에 맞서고 있다”는 문구가 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공유한 트위터. “엑소(EXO)가 최전방에서 경찰에 맞서고 있다”는 문구가 있다.
칠레 정부가 자국 내 반(反)정부 시위에 엉뚱하게도 K팝 등 외세가 개입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작성된 칠레 시위 관련 글 중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등 해외 언론 기사가 많이 확산됐고, 시위를 지지하는 대다수 청년들이 K팝 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2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라 테르세라’ 등에 따르면 칠레 내무부는 전날 시위 요인을 분석한 빅데이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112쪽짜리 보고서에는 지난 10월18일부터 11월21일사이 6000만 건 가량의 시위 관련 SNS 글을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보고서는 10월25일 칠레 사상 최대 규모인 100만명 규모 시위가 발생한 후 SNS에 달린 글 중 19.3%가 칠레가 아닌 해외에서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젊은층이 주로 시위를 지지하는데, 10월18일~25일 사이 작성된 리트윗 글 중 400만 건 이상이 청년들이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글들은 대부분 ‘K팝’ 팬이 작성했고 칠레 경찰의 진압 방식이 인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한국 유명 아이돌 가수의 노래 가사나 뮤직비디오·공연 영상에 반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이것이 칠레에서 시위에 대한 청년들 태도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엑소(EXO)의 한 뮤직 비디오 영상에서는 멤버들을 경찰과 대치하는 시위대로 연출해 보여준다. 영상 속 멤버들은 경찰 폭력에 저항하고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데, 칠레 당국과 시위 반대파 입장에서는 이를 반사회적인 메시지로 해석하는 것이다.

칠레의 과도한 빈부 격차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최근 아르헨티나에 들어선 좌파 정권의 페론주의 영향을 받았다고 봤다. 여기에는 SNS 영향력이 큰 좌파 언론인과 정치인 계정이 주로 언급된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23일 인터뷰에서 “시위에 외세가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검찰이 이 문제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버라 포블레트 칠레 대학 밀레니엄연구소(IMFD) 연구원은 라 테르세라에 “이런 종류의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내 경험상 이 연구는 어떤 목적에 부합하려는 이론(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욕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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