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 중국 공연 추진 없던 일로…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7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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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는 관측에
애초 공연 추진 현실성에 의문도 제기

모란봉악단. 조선중앙TV 캡처
모란봉악단. 조선중앙TV 캡처
중국이 ‘북한판 걸그룹’으로 알려진 모란봉악단의 다음달 순회공연을 추진하다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27일 “광저우칭쓰웨이(廣州經思緯) 문화창의유한공사라는 공연기획사가 10월 말 중국 국무원 승인으로 설립된 중국의 대외 문화교류 기관인 중국국제문화전파센터와 함께 모란봉악단의 순회공연 계획을 예고했으나 공연 장소 대관 등 실질적인 공연 준비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획사가 다음달 3일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 장소로 예고한 우커송 캐딜락센터 측도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공연을 추진한 업체 측은 “정치적 고려가 작용해 다음달 공연히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미 관계가 여전히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 단체의 공연 추진을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북-중관계가 여전히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님을 보여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애초 이 업체가 밝힌 공연 추진 계획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 업체는 당시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모란봉악단이 12월 3일 베이징 공연을 시작으로 25일 창사 공연까지 11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한다”며 구체적인 동선을 공개했다. 또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리커창 총리 등 국가지도자와 각 성(省), 시 지도자들이 참석할 것”이라며 “전체 관중이 1만 명 이상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번 순회공연은 온라인 티켓사이트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표를 판매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북한 인사들의 자세한 방중 동선이 사전에 공개된 적이 없고 시 주석 등 중국 국가지도자의 동선도 사전 공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또 이 업체는 공연 홍보계획을 중국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버스 등 옥외 광고 계획을 공개하고 협력업체를 모집한다고도 밝혔다.

중국의 온라인 티켓 사이트에는 모란봉 악단 공연 안내가 올라온 적이 없었다. 우커송 캐딜락센터는 유명 가수들의 상업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고 좌석이 1만9000석에 달한다. 시 주석 등 지도자가 참석할 북-중 교류 행사 개최 장소로는 애초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란봉 악단은 4년 전인 2015년 12월 베이징(北京) 공연 직전 돌연 공연을 취소하고 중국 측의 만류에도 북한으로 전격 철수했다. 이후 1개월 만인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북-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의 한 단체가 모란봉악단의 순회공연을 추진하다고 밝히자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중관계가 회복됐음을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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