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핵무기론 평화·안정 못이뤄…무기 제조개발은 거대한 테러행위”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4일 1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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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없을 정도로 세계가 분열돼"
"핵무기 평화이론 버려야"

교황 프란치스코가 24일 일본 원폭피해지인 나가사키를 방문해 “핵무기로는 평화와 안정을 이룰 수없다”며 “전 세계 지도자들은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호소했다.

NHK, A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전 비가 내리는 나가사키 폭심지(원폭투하지) 공원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와 묵념을 한 후 연설을 통해 “핵무기나 대량파괴무기 보유는 평화와 안정에 대한 소망에 부응할 수없으며, 오히려 끊임없는 시련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세계의 상황에 대해선 “지금 우리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된 세계 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찾고 있다. 발밑에서는 공포나 상호 불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 서로 대화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교황은 “나가사키는 핵무기가 환경과 인간에 대해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빈곤대책이나 자연환경 보호에 사용되어야 할 비용이 무기의 제조나 개발 등 군비에 소비되고 있는 것은 “거대한 테러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핵무기로부터 해방된 평화로운 세계야말로 수많은 모든 사람이 열망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이상의 실현을 향해서 임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국가간의 상호불신이 핵무기를 규제하는 국제적 틀을 위협하고 있다”며 “다자주의가 쇠퇴하고, 최신무기 기술 개발이 진행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가의 지도자들이 즉각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청이 최근 핵확산금지협약(NPT)을 비준한데 대해 “가톨릭교회는 핵확산금지협약을 포함해 군비삭감을 위해 계속해서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핵무기 없는 세계가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핵무기 사용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괴멸적인 파괴를 가져온다. 핵무기에 의한 평화이론은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연설에서 특정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들은 물론 핵개발에 나서고 있는 북한과 이란, 그리고 세계 유일 피폭국이면서도 북한 핵위협을 이유로 NPT 가입을 거부한 아베 신조 일본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드린 이후 “이 기도가 우리 모두의 기도가 될 것을 확신한다. 무관심하게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이곳(나가사키)을 기억하자”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교황이 연설하는 동안 연단 옆에 흑백사진 한장이 세워져 눈길을 끌었다. 이 사진은 나가사키 원폭투하 후 어린 소년이 사망한 동생의 시신을 등에 업고 화장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찍은 것으로, 교황은 수 년전 핵무기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진을 선물로 받은 후 수만장을 복사해 배포한 적이 있다.

교황은 이날 저녁에는 또다른 피폭지인 히로시마의 평화공원을 방문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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