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열차서 계란 삶다가… 파키스탄 열차 내 폭발로 70여 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1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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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명 사망하고 40여 명 부상
일부 승객이 규정 어기고 취사도구 들고 탑승
장시간 운행에도 취사 시설 없는 낙후된 열차가 원인

파키스탄에서 달리던 열차 안의 조리용 가스통이 폭발해 승객 7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지난 달 31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이날 파키스탄 중부 펀자브주 라힘 야르 칸 인근의 철로를 달리던 열차에서 가스통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객실 3칸이 전소됐다. 조사 당국은 일부 승객들이 규정을 어기고 열차에 가스스토브를 가져와 계란을 삶는 등 아침 식사를 준비하다가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셰이크 래쉬 드 아마드 파키스탄 철도부장관은 “2개의 가스통이 폭발한 후 옆에 있던 요리용 기름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불길에 휩싸인 객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달리는 열차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목숨을 잃었다. 인근 마을 사람들은 불이 난 열차를 보고 물통을 들고 달려갔으나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불이 붙은 11~13번 객실에는 약 220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는 “희생자들 중 일부는 시신 훼손이 심해 DNA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열차에 탄 대부분의 승객이 이슬람 종교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선 순례자들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 열차는 파키스탄 남부 도시 카라치에서 동부 라왈핀디까지 25시간에 걸쳐 운행할 예정이었다.

파키스탄에서는 낙후된 철도 시설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일부 고급 시설을 갖춘 열차에는 전용 식당이 마련돼 있지만 서민과 저소득측이 주로 이용하는 열차엔 취사 시설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장기간 열차를 타야 하는 승객들은 몰래 취사 도구를 들고 탑승하기도 한다.

또 정원을 초과한 상태로 운행하는 경우도 많아 한번 피해가 발생하면 규모가 상당하다. 지난 2007년 파키스탄 메흐라푸르 인근에서 열차가 탈선해 최소 56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다쳤다. 2005년에는 열차 충돌 사고로 130명 이상 숨졌다. 이번 사고 열차도 만원인 상태로 달리고 있었다.

한편 이날 인도 정부는 1947년 건국 후 줄곧 파키스탄·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여 온 잠무카슈미르(인도령 카슈미르)주를 잠무카슈미르와 라다크라는 두 개의 연방 직할 영토로 분할했다. 인도는 이미 8월 이 지역의 헌법상 특별 지위를 없애 자치권을 박탈했다. 이번에는 중앙정부의 통제권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직할 영토 분할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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