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직 고위장성들 “GSOMIA 파기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4일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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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양국이 이를 이유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해서는 안 된다는 전직 미군 고위 장성과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협정의 파기는 한일 간의 문제를 떠나 미국의 국가이익에도 직결되는 것으로, 이에 악영향을 주는 결정은 미국과의 동맹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GSOMIA는 한미일 3각 협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며 “이를 파기하는 것은 단순히 정보공유가 중단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심각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협정은 한 번 파기되면 복원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에서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미일 군사동맹 포럼에 참석한 그는 패널 토론에서 “한일 문제는 매우 깊은 문제”라며 “미국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고 두 나라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헤쳐나가는 걸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이 한일 협력의 균열을 노린 고의적 행위였다고 지적하면서 “한일 양국이 협력할 수 없으면 미일 간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 동맹과 한미 간 린치핀(linchpin·핵심축) 동맹에 심각한 결과를 보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패널로 참석한 마이클 뮬런 전 미 합참의장은 “한일 양국 모두 갈등을 이어갈 정치적 이유가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될 위험은 꽤 심각하다”며 이런 균열이 결과적으로 중국을 영향력 확대를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일본 내에 퍼진 ‘한국 피로감’을 언급하면서도 “감정적 단계에 접어든 일본은 과민반응하지 말고 한국이 문제를 헤쳐나갈 공간과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본이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자 이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GSOMIA의 연장 거부를 검토 중이다.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되는 이 협정은 만료 90일 전 어느 한 쪽이라도 파기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종료된다. 이달 24일이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이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파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날 포럼 진행을 맡은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은 기자와 만나 “GSOMIA의 파기는 한일 간 문제를 넘어 미국의 국가안보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것”이라며 “이는 한미 동맹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결국 한국이 그 단초를 제공한 게 아니냐고 봤던 사람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일본이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까지 취하면서 이에 맞선 한국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뒤늦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 시점에 한국이 협정을 파기하면 분위기가 다시 확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한일 간 관여에 나서려던 워싱턴의 기류가 협정 파기를 기점으로 한국에 비판적인 쪽으로 다시 돌아설 수 있다는 경고다.

미 국무부는 일본의 각의 결정이 나온 직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국과 일본은 그들의 양국관계가 악화되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각자 이를 개선시킬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일 양국은 최근 몇 개월간 양자 신뢰를 손상시킨 정치적 결정들에 대해 약간의 자아성찰을 해야 한다”며 “같은 의미에서 한일 관계의 경제와 안보 측면에 악영향을 주는 긴장 상태를 막기 위한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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