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국제법 위반 시정부터”…文대통령 ‘외교적 협의’ 제안 사실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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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6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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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일본 정부에 ‘외교적 협의’를 촉구한 데 일본 정부가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16일 “한국 측이 국제법 위반을 시정해 달라고 항상 부탁했다. 한국 측이 제대로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16일 답했다. 한국 측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아야 일본 정부가 협의에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뜨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고노 외상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재 중재 프로세스(중재위 개최 요청) 중인데, 한국 측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면 중재 필요는 없어진다”며 이처럼 말했다. 고노 외상이 말하는 ‘국제법 위반 상황’은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을 뜻한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징용 문제는 해결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일본에 대한 배상 요구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앞서 15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 일본 정부가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외교부 첫 제안에서 양측이 만난다면 더 진전된 방안을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먼저 만나기 보다는 ‘선(先)대책, 후(後)협의’를 한국에 요구한 것이다.

고노 외상은 또 “일본기업에 실질적 피해가 일어나면 필요한 대항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조치가 일어나면 추가 움직임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한국이 18일까지 중재위 개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해 외교결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6일 NHK방송에 따르면 세코 경산상은 각의(국무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관의 입장에서는 반론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조치는) 대항조치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일관해서 설명하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일이 국제기구의 검증을 받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위터에 “수출허가판단은 각국이 책임을 가지고 실효성 있는 관리를 행하는 것이다. 국제기구의 체크를 받을 성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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