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첫 아시아 순방…한일 중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0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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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출처=미 국방부> © 뉴스1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출처=미 국방부> © 뉴스1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4개국 방문에 나선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정식 임명돼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것은 처음으로, 이를 계기로 한일 갈등 중재 및 한미일 3각 협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스틸웰 차관보가 10일부터 21일까지 한국과 일본, 필리핀, 태국 4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우선 11~14일 도쿄에서 일본 외무성 및 방위성, 국가안전보장국의 고위 인사들과 만난 뒤 15, 16일 마닐라를 방문한 데 이어 17일 한국에서 청와대와 외교부 당국자들과 면담할 계획이다. 이후 남은 일정은 방콕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번 방문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을 위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특히 일본과 한국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동 비전을 추구하기 위한 동맹 관계의 강화 및 양국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를 시사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운 미국의 대중(對中) 외교 정책에 일본은 물론 한국도 동참하라는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의 아시아 방문이 한일 간 갈등이 연일 고조되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이 동아태 지역에서 두 핵심 동맹국의 관계 악화를 마냥 방관하기는 어려운 만큼 스틸웰 차관보가 순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종의 중재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한일 갈등) 사안의 심각성을 미국에 충분히 알리고 있다”며 미국의 중재 가능성을 물밑에서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신(新)밀월’이라고 불릴 만큼 밀착하는 미일 관계를 감안했을 때 스틸웰 차관보의 시각이 일본에 편향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는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 3박4일 간 머무르는 반면 한국에서는 단 하루만 외교 일정을 소화할 예정. 이날 국무부가 트위터 등에 올린 스틸웰 차관보의 소개 및 인터뷰 동영상에는 그의 책상 위에 일어로 쓰인 ‘미사와 시장’이라는 직함의 명패가 놓여 있어 일본에 대한 그의 관심을 반영했다. 그는 1995~1999년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고, 2010년 미사와시의 1일 명예시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한편 이 영상에서 스틸웰 차관보는 좋아하는 활동으로 자전거 타기와 서핑을 들었고 가능한 언어는 스페인어 한국어 일어 중국어라고 답변했다. 좋아하는 책은 조셉 헬러의 ‘캐치-22(Catch-22)’,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T-37 훈련기를 처음 탔을 때, 20살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더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 등이라고 소개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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