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소재 등 수출규제 발동…“철회 생각 없다”

일본 정부가 4일 반도체 제조 공정 등에 쓰이는 첨단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

대상 품목은 TV·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기판에 바르는 감광제 ‘리지스트’, 그리고, 반도체 세척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이들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그동안엔 기업별로 3년치 수출 예정 물량을 한꺼번에 신고 받아 허가해주는 ‘포괄 허가’ 방식을 택해왔다.

그러나 이날부턴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해당 품목을 수출할 때 매번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별 허가’ 방식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 산케이는 “개별 허가의 경우 심사기간이 90일 가량 걸린다”면서 “한국 반도체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소재 재고분은 1개월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이번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한국 대법원이 작년 10월부터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보복’조치로 간주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국 내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측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해결됐다”며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전날 열린 일본기자클럽 초청 여야 대표 토론회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국제법상 국가 간 약속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 규제 강화와 더불어 정령(시행령) 개정을 통해 한국을 첨단소재 수출시 신청·허가 절차를 간소화는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24일까지 한국의 ‘화이트 국가’ 지정 제외 문제에 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중 정령을 개정한다는 방침. 현재 일본 정부의 화이트 국가 명단엔 한국과 함께 미국·영국·독일 등 모두 27개국이 올라 있다.

이런 가운데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첨단기술은 무기 등에 전용될 가능성이 때문에 항상 수출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규제조치) 철회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