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서에 담긴 ‘흥미로운 내용’이 DMZ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9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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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 사진=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문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북-미 정상 간의 ‘깜짝 만남’이 DMZ에서 성사될 경우 교착 상태에 놓여있던 양측의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트위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포함해 몇 개의 매우 중요한 회담을 마친 후 일본을 떠나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으로 갈 것”이라며 “거기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를 본다면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DMZ에서 나와 악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속을 떠본 것(put out a feeler)”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김정은)가 만약 거기에 온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2분 동안 만나는 게 전부겠지만 그래도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금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북한에 없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이 만남을 원하면 난 DMZ로 갈 것”이라며 재차 만남의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동안 DMZ를 방문해 비핵화 협상 진전을 촉구하는 등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연설할 때 김 위원장이 깜짝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친서에 담긴 ‘흥미로운 내용’이 DMZ에서의 만남 제안에 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백악관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 및 한국 방문 일정에 대한 전화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을 부인했다. 다만 그는 “어쩌면 다른 형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확정된 일정이 아닌데다 DMZ에서의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해 사전에 면담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 이와 관련된 북-미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찾아 연설을 진행할 경우 김 위원장이 실제 DMZ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더라도 두 정상의 친분을 확인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는 수준의 짧은 만남에는 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우리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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