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가장 민감한 곳 찌른 美… 전방위로 번지는 G2 패권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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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부, 대만을 ‘국가’로 표기

미국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country)’로 표기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하나의 중국’ 정책에 의거해 그동안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런 미국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공식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중국을 겨냥해 ‘억압적인 세계 질서(repressive world order)’로 미국에 맞서는 경쟁국으로 칭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대만을 상대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현지 시간)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는 중국을 겨냥한 최근 미국의 도발적인 조치들 중 하나”라며 “미중 양국이 무역, 보안, 교육, 비자, 기술은 물론이고 ‘문명’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내놓은 기습 공격”이라고 썼다. 미 국방부 등은 보고서의 표현에 대한 SCMP의 입장 요구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앞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에 대전차를 비롯해 모두 20억 달러(약 2조3620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도 추진하고 있다. 대만과의 외교관계 복원 및 협력 강화, 군사적 지원을 통해 대만이 중국 봉쇄정책에 참여하도록 만들겠다는 것. 이날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는 전날 언론인터뷰에서 미국은 대만에 군사 장비를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중 양국의 무역 분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양국 실무팀 협상이 불발된 상황에서 시 주석과의 ‘톱다운’ 담판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대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3000억 달러(약 354조 원) 규모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시기에 대한 질문에 “G20 이후 2주 안에 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8, 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계획”이라며 “G20 이후의 어느 시점에는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한) 계획을 짜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 박탈을 지속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7일 미국의소리(VOA)방송 중국어판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테드 요호 의원(공화·플로리다)은 이날 미 외교정책위원회(AFPC) 주최로 열린 중국 관련 회의에서 “미국 의회는 정부와 함께 중국의 개도국 지위 박탈을 추진 중이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이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대만 국가 표기#하나의 중국#미중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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