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습격, 상상도 못했다”…日 ‘묻지마 살인’ 범행 의문투성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20시 00분


코멘트
가와사키=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가와사키=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29일 오후 도쿄 인근 가와사키(川崎)시 노보리토(登戶) 역 인근 ‘노보리토 제1공원’ 앞. 꽃다발과 과자 음료수 등을 든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꽃다발이 산처럼 쌓인 곳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했다.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에서 차를 끌고 왔다는 두 아이의 엄마 와카오 씨는 기자에게 울먹이며 “아이들이 너무 가엽다”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28일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은 평온했던 일상 공간을 하루아침에 사건 현장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등굣길 통학버스를 노린 범죄, 그로 인해 초등학생 17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51세 이와사키 류이치(岩崎隆一)라는 범인의 신상을 밝혔지만 범죄를 저지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범행 동기 등을 알 수 없게 돼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가와사키=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가와사키=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NHK가 일본 경시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와사키는 범행 당일 양손에 흉기를 들고 10여 초라는 짧은 순간에 19명에 무차별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그의 것으로 보이는 배낭에는 또 다른 흉기 2개가 추가로 발견돼 총 4개의 흉기를 갖고 현장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범행은 의문투성이다. 우선 현장에서 서쪽으로 4㎞ 떨어진 아사오(市麻生)구에 살던 그가 왜 아침부터 지하철을 타고 범행 현장에 왔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의 이웃이 아침에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채 인사를 하고 지하철역으로 달라갔다고 보도했다. 그에 대한 증언도 엇갈린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전 교사는 NHK의 취재에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다”고 말한 반면 70대의 한 이웃은 자신의 개가 시끄럽게 하자 “죽인다”고 말해 “공포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와사키=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가와사키=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이번 사건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통학버스의 안전이 무너졌다는 것에 대해 상실감이 퍼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5월 니가타시에서 초등학생이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일본 문부 과학성은 학생 안전 대책으로 통학버스 이용을 권장해왔다. 문부과학성의 한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학버스를 습격하는 사건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9일 오전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등하교시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를 자주 점검하고, 경찰관의 경계 근무, 지역 주민 간의 제휴 등도 긴밀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과 학교가 파악한 수상한 인물의 정보 공유 체제도 강화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가와사키=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가와사키=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사건 발생 후 가리타스(カリタス) 초등학교는 학생 안전을 위해 31일까지 휴교 조치를 내렸다. 이날 학교 앞에는 경찰 병력이 배치돼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편 사건 발생 후 트위터 등 SNS에는 가와사키시에 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범인이 재일교포라는 유언비어가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가와사키=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