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열흘 넘도록 ‘침묵 모드’…‘최대 압박’→‘최대 관여’ 기류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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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뉴시스
사진 AP 뉴시스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침묵 모드로 돌입했다. 미 재무부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를 지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을 계기로 강경파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가운데 행정부의 기류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지난 달 22일 발표된 재무부의 대북제재를 트럼프 대통령의 명시적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가 대통령의 화를 돋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볼턴 보좌관에게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무시했다. 이에 대북제재 철회를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트윗이 볼턴 보좌관에게 던진 ‘일종의 공개 경고’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달 21일(현지 시간) “대북 압박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북제재를 강조한 언론 인터뷰를 한 뒤 열흘이 넘도록 북한에 대한 공식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많게는 하루에 세 개씩 연쇄 인터뷰를 하며 ‘대북 최대 압박’을 강조해온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폼페이오 장관은 1일 한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이) 몇 개월 안에 다시 대화하기를 희망한다”며 제3차 정상회담 가능성도 언급했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핵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 대신 ‘대화파’에게 힘을 실어주며 참모진의 갈등 및 이견을 조정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대 압박’보다 ‘최대 관여’ 쪽에 힘이 실리면서 협상 재개의 동력이 살아나고 있다. 재무부의 대북제재를 놓고 빚어졌던 혼선이 정리돼 국무부 내부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도 진행 중”이라며 “북한에 관한 모든 향후 조치는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거쳐 나올 것”이라고 했다.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핵 해법 모색을 위한 양국 협력 및 공조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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