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세계최대 난민캠프 폐쇄… “테러범 양성 차단”

  • 동아일보

20만명 수용… 대부분 소말리아 출신
유엔난민기구에 8월말 폐쇄 통보… 갈 곳 마땅치 않아 국제사회 우려

케냐 정부가 ‘세계 최대 난민 수용소’로 불리는 다다브 난민 캠프를 올여름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요원 양성소로 악용된다는 이유에서다.

AFP통신은 “2월 말 케냐 정부가 다다브 캠프를 관리하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폐쇄 결정을 통보했다”며 폐쇄 시기는 8월 말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케냐 정부와 UNHCR는 난민들의 자발적 본국 귀환과 제3국 정착, 케냐의 다른 난민 캠프 이동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케냐 동부 다다브 캠프에 머물고 있는 난민 20만9979명(올해 1월 기준)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우려되는 사항이다. 다다브 캠프의 수용 난민 96%는 케냐와 국경을 맞댄 소말리아에서 내전을 피해 온 사람들이다. 소말리아는 1991년 군사정권이 붕괴된 뒤 무장 군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내전에 휩싸였고 이후 수십만 명이 전쟁을 피해 케냐로 건너왔다. 케냐가 “난민을 거리로 내쫓는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폐쇄 결정을 내린 이유는 난민 캠프가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밥의 테러 요원 양성소 및 훈련소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독교인이 인구의 대다수인 케냐는 201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강경 이슬람주의 확산을 우려한 미국의 지원을 받고 병력을 파견하는 등 내전에 개입했다. 이후 알샤밥은 케냐를 ‘테러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

2013년 9월 나이로비 쇼핑몰 무장괴한 테러와 2015년 4월 가리사대 캠퍼스 테러 등 케냐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 대부분이 알샤밥의 소행이었다. 올해 1월에도 나이로비 쇼핑몰에서 총격 및 폭탄테러가 발생해 20여 명이 숨졌다.

케냐는 2017, 2018년에 다다브 캠프의 일부를 폐쇄하는 등 규모를 축소해 왔다. 당시 케냐 고등법원은 “난민 캠프 폐쇄는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국제사회의 의무를 무시하고 난민을 박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케냐 정부는 캠프 폐쇄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케냐에는 다다브 캠프 외에도 북서부 카쿠마 난민 캠프(18만8000여 명), 기타 도심 난민 캠프(7만6900여 명) 등이 운영되고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케냐#최대 난민수용소#다다브 난민 캠프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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