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채택에 실패한 채 사실상 결렬되면서 일본 내에선 ‘일본이 역할을 할 때가 됐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외무성 관계자 등을 인용,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일 간 정세에도 미묘한 변화가 올 것”이라며 “북미협상이 정체된다면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북한을 전격 방문했던 것과 비슷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고이즈미 방북에 앞서 북미관계는 2001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이란·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것을 계기로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한껏 악화됐었다.
그러던 중 2002년 9월 고이즈미의 방북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친)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일본 정부는 ‘북일평양선언’을 통해 상호 관계 개선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특히 북한 측으로부터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에 관한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일본이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북일관계는 다시 경색됐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렬은 언뜻 미국에 납치문제 해결을 의존해온 일본에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인 것 같지만, 정부·여당 내엔 오히려 ‘북한이 일본에 접근해올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면서 “북한이 대미(對美)전략의 일환으로 일본을 이용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일본 총리는 2002년 고이즈미 방북 당시 관방 부(副)장관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개인적 친분을 쌓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아베 총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8일엔 “다음엔 내가 김 위원장과 마주 앉겠다”며 북일정상회담 의사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일본 측의 정상회담 요청에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닛케이는 “체제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은 어디까지나 미국과의 협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북일 간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북한은 이를 대미관계 복원의 도구로 쓰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28일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Δ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Δ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 작년 6월 첫 회담 당시 합의사항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번 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미국의 제재해제 등 ‘상응조치’를 놓고 양측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문 서명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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