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무기거래로 아프리카에 손 뻗치는 러시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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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경제제재 이후 새 파트너 낙점
수에즈 경제특구에 산업단지 조성… 경호훈련-선거전략 제공하기도

러시아가 이집트 수에즈운하 경제특구에서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아프리카의 관문’으로 불리는 수에즈운하에 러시아 기업을 대거 진출시켜 아프리카에서 경제, 산업 분야 영향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이집트 현지 언론 이집트투데이 등에 따르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수에즈운하 경제특구 내 러시아 산업단지(RIZ)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최종 승인했다. 이집트 정부는 수에즈운하 경제특구에 외국투자를 바탕으로 국제 물류센터와 산업단지, 항구와 조선소 등을 지어 중동·아프리카 지역 내 최대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부터 2031년까지 3단계로 525만 m²에 이르는 산업단지 건설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투자금액만 약 70억 달러(약 7조8700억 원)에 이르며 수에즈운하에 먼저 진출한 중국 톈진경제기술개발지구(TEDA)의 투자금액 60억 달러(약 6조7400억 원)를 뛰어넘는 규모다.

‘러시아 외교 정책의 중심축은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새 동맹을 찾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받은 러시아는 이후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외교 정책을 전면 재평가한 뒤 내린 결론이 바로 ‘아프리카’”라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마음을 열기 위한 러시아의 무기는 천연자원과 군사무기, 경호 훈련 및 선거전략 지원 등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3∼2017년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입한 군사 무기 중 39%가 러시아 제품이며 이는 중국(17%), 미국(1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집트와 수단, 알제리와 앙골라 등이 주요 수입국이다.

러시아는 2017년 12월부터 유엔의 승인을 받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총기와 탄약 등을 제공하고 군인 및 민간 용병업체 교관 200여 명을 파견했다. 러시아 유명 민간군사회사 ‘바르네르’ 등 용병업체도 대거 진출한 상태다. 잠비아, 르완다 등에서 원전 개발을 돕고 짐바브웨, 앙골라 등에서는 다이아몬드 채굴 사업도 벌이는 등 경제·산업적인 부문에서 투자 및 협력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등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경계하고 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벌이는 부패한 경제 거래는 아프리카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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