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발언 살펴보니…2차 북미정상회담, 상당한 진전 이룰 듯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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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개최 예정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물론 북한과 실무협상을 책임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매일같이 2차 정상회담과 북핵 협상에 대해 새로운 소식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다음 주 초에 2차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베트남 하노이나 다낭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하루전 “공개되지 않은 아시아 지역에서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북핵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장악한 뒤 미 언론과 정계에서는 북핵협상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과 전망이 이어지고 특히 지난 1월 1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에도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가정보국(DNI) 댄 코츠 국장이 의회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함으로써 비판을 증폭시켰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정보책임자들에 대해 “학교 가서 공부나 해라”라고 조롱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2차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새통’의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비건 특별대표가 31일 스탠퍼드대에서 행한 연설이 북핵문제 관련 뉴스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전망이다. 트윗을 통해 짧은 문장으로 퉁퉁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적 반응과 달리 2차정상회담을 대하는 미국의 입장을 비교적 상세하고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내 논란은 당분간 가라앉을 전망이다. 연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를 원한다. 미국은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체제를 전복할 생각이 없다. 나는 절대적으로 확신한다. 대통령과 미국도 그렇다. 한반도에서 70년 동안 지속된 전쟁과 적대행위를 (끝내기 위해) 행동할 때다. 이 갈등을 더 계속할 이유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양보로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 달리) 우리는 어떤 외교적 논의에서도 주한 미군 철수를 거래하지 않고 있다. 어떤 논의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없다.”
▲“지금까지 해 온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 기관의 평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이해한다. 나라면 미국에 제기되는 심각한 잠재적 위협이 있으며 따라서 북한과 외교적 노력을 통해 우리가 정책을 바꾸면 북한도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지를 긴급히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겠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문제에 대해 톱다운 접근법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성공한다면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이제 기회가 주어졌다. 때가 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비전을 실현할 준비가 돼 있다.”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 우리와 시스템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개인의 권리와 인권에 대해 극적으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비핵화가 최종 단계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북한의 WMD와 미사일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신고를 통해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
▲“국제기준에 따라 주요 현장에 전문가가 접근토록 하고 모니터링 메카니즘을 설치하는 합의가 있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핵물질, 무기, 미사일, 발사대 및 기타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하고 폐기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되면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북한에 대한 투자를 동원하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가 진행중인 외교 과정이 실패할 때에 대비한 비상계획이 필요하다.”

비건 특별대표는 연설에서 자신이 한국으로 가 북한 카운터파트인 김혁철을 만나 “완전하고 최종적이며 검증된 북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음 단계와 싱가포르에서 두 지도자가 합의한 모든 사항들을 더 진전시키기 위해 논의한다”고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제공하는 “상응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상응조치”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협상 대표자로서 협상 카드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 미국이 북한 비핵화 단계에 맞춰 제공되는 현금을 미리 비축해두는 에스크로 계좌를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시기상조라고 부인했다. 다만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이미 의지를 밝힌 영변 핵단지 폐쇄와 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건 특별대표의 연설은 전체적으로 2차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준다. 북핵문제를 뉴스로 접하는 일반 시민들로선 당분간 섣불리 예측하기보다 차분히 관망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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