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와 35년째 자매결연 중인 일본 사이타마현 지치부시(秩父市)가 최근 한일 국제정세 변화와 소녀상 관련 일본 내 반한 감정 등 여론악화를 이유로 예정됐던 직원 상호파견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강릉시와 지치부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양 도시는 ‘자매도시 간 직원 상호 파견에 관한 협정서’를 체결하고 직원 연수의 하나로 매년 1명씩의 직원을 6개월 간 상호 파견하기로 했다.
이에 강릉시는 평소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일본어를 공부해온 세무과 6급 직원 1명을 12월 파견하기로 했다.
지치부시에서도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관련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한 관광과 해외전략 담당 30대 여직원을 12월초쯤 강릉시 관광과에 파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후 지치부시에 ‘강릉에 위안부 동상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지치부시에는 절대로 가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항의 메일과 전화가 5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교도통신이 지난 28일 보도했다.
강릉 평화의 소녀상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2015년 8월5일 경포 3·1운동 기념공원 내 건립됐다.
교도통신은 또 쿠키 쿠니야스 지치부시장이 “한국과 일본의 국제정세의 변화 등을 감안해 직원 상호 파견이 최선의 방법인지 검토한 결과 지난 22일 강릉시장에 직원 상호 파견 정지를 신청했다”며 “다만 자매도시로서 35년간 계속된 우호관계를 계속해 나갈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치부시 담당자는 “타이밍이 나빴지만 설마 이 정도의 항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매도시 협정 자체를 이번에 체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자매도시 35년의 역사를 가지고 풀뿌리 교류를 계속하고 있었으므로 매우 유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시와 지치부시는 1983년 자매결연한 후 한일친선협회를 중심으로 5년마다 단위 교류 기념행사를 여는 등 최근까지도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도쿄에서 175㎞ 떨어진 중부산악지대에 위치한 지치부시는 인구 7만2000여 명의 휴양관광 도시로 치치부요마츠리(秩父夜祭)라는 겨울밤 축제가 유명하고 우라야마(浦山)댐, 킴쇼사(金昌寺) 석불(石佛) 등의 관광지가 있다.
현재까지 100차례에 걸쳐 1000명이 넘는 방문단이 양도시를 오갔으며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쿠키 쿠니야스 시장이 축하단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강릉시 방문단이 자매결연 35주년을 맞아 지치부시를 찾아 자매결연 관계 강화 협정을 체결하고 지치부시 내 기념비를 함께 제막하기도 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직원 상호 파견은 자매결연 35주년을 기념해 처음 시도된 것으로 누가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닌 서로 간 논의 끝에 결정됐다”며 “지치부시에서 소녀상 등을 직접적인 이유로 든 것이 아니고 잠정 중단이기에 앞으로의 국제정세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화의 소녀상이 있으면서 일본 내 지자체와 교류를 맺고 있는 인천시(자매도시 기타큐슈·고베, 우호도시 요코하마)와 대구시(자매도시 히로시마, 우호도시 고베)의 경우 현재까지 이와 비슷한 교류중단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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