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에 또 ‘몽니’…크림반도 다시 불붙나?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26일 17시 28분


러, 케르치해협 독점 영해권 주장 ‘신호탄’
우크라 외무, 추가 군사도발 가능성 거론

© News1
© News1
러시아군이 25일(현지시간) 케르치해협에서 우크라이나 해군함 3척을 무력 나포하면서 크림반도를 둘러싼 군사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국 의회에 즉각 계엄령 선포를 요구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양기구(NATO)는 일제히 긴장 완화를 요구하는 등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함선이 자국 영해를 침입해 공격, 나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强) 대 강 대립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해협에서 러시아 국경경비함이 ‘영해 침입’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해군 예인선 1척과 이를 호위하던 소형 경비함 2척 등 모두 3척을 나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발포로 자국군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러시아가 흑해 및 케르치해협에 대한 자국의 독점적 영해권을 주장하기 위한 신호탄이라고 외신은 바라보고 있다. 케르치 해협이 더는 공유 수역이 아니라는 점을 우크라이나에 무력충돌을 통해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003년 조약을 맺어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케르치해협을 양국이 공유토록 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선박은 자유롭게 케르치해협을 통과해 흑해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로 케르치해협의 상황도 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최근까지 케르치해협을 비롯해 크림반도 연안 수역에 대한 자국의 우월적 지위를 주장하며 대(對)우크라이나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러시아군이 사전에 계획한 ‘의도적 도발’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BBC는 “러시아는 최근부터 우크라이나 항구로 이동하는 모든 선박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며 “군을 활용한 이번 충돌은 중대한 확전”이라고 지적했다.

BBC는 이어 “러시아는 2008년 그루지야와 전쟁과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에도 ‘우리가 시작하지 않았다’는 핑계를 들었다”며 이번 군사충돌도 이들 사건의 연장 선상으로 바라봤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 해군이 지난해 9월 러시아 경비함의 케르치해협 통과에 대해 ‘도발행위’라고 항의한 적이 있다”며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이 지역에 배치된 해군함 수를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은 나포 직후 대형 유조선을 이용해 케르치해협 내 크림대교 하단을 막아 선박들의 통행을 차단했다. 또한 전투기 2대와 헬기 2대도 상공에 배치해 경계를 강화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의회에 ‘계엄령 선포’를 제안했고,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의 이번 “공격 행위”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파블로 클림킨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러시아가 해상 또는 지상에서 추가 침략을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군사도발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ABC방송은 양국간 긴장이 이어질 경우 분리주의 반군 장악 지역과 맞닿아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와 도네츠크 등 도시가 위협받기 때문에 포로셴코 정부가 러시아와 대립각을 계속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우회적으로 반군을 지원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압박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디펜던트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내년 3월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계엄령 요구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장선 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에 밀린 채 재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