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닛산회장 체포 뒤엔 佛-日 주도권 싸움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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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이 전격 체포된 것과 관련해 프랑스와 일본 정부가 20일 르노와 닛산의 전략적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양국 주식시장에서 르노와 닛산의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 신용도가 떨어지자 취해진 조치다.

그러나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곤 회장 부재 상황이 닛산과 르노, 미쓰비시(三菱)자동차 3사 연합의 향배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 간, 나아가 일본 정부와 프랑스 정부 간에 닛산 르노 연합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곤 회장이 체포된 시점이 그가 프랑스 정부와 함께 양사 경영통합에 본격적으로 나서던 때라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닛산 임원들은 ‘사법거래(플리바기닝)’를 통해 이번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닛산차 내에서는 경영통합을 하려는 곤 회장과 이에 반대하는 일본 측 경영진 간의 대립이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그룹 최대주주는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관료 시절부터 르노와 닛산의 통합에 집착을 보여 왔다. 일본 언론은 21일 “마크롱 대통령이 닛산을 프랑스 회사로 만들어 자국 경제 발전의 기폭제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이 일본 정부 내에 퍼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곤 회장은 특히 올해 2월 르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유지하게 되면서 점차 프랑스 정부 방침 쪽으로 기울었다. 9월 19일 요코하마(橫濱)의 닛산차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르노와의 자본 관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이사들이 전원 찬성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닛산의 한 임원은 “이는 곤 회장이 파 놓은 함정이다. 논의를 시작하자고 하면서 단번에 르노와 경영통합에 나서려는 생각”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현재 르노는 닛산에 43.4%, 닛산은 르노에 15%를 각각 출자하고 있다. 양사는 상호출자에 대해 ‘대등한 정신’을 강조하지만 프랑스 법률에 따라 닛산이 가진 르노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반면 두 회사 시가총액(19일 기준)은 닛산이 4조2439억 엔(약 42조6000억 원)으로 르노의 174억6500만 유로(약 22조4000억 원)의 배에 가깝다.

시가 도시유키(志賀俊之)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1일 3사 연합의 향배에 대해 “언젠가는 곤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운영해야 했다. 그 시기가 빨라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곤 회장과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를 해임할 방침이다. 미쓰비시자동차도 이르면 이번 주 이사회를 열어 곤 회장의 해임을 제안한다. 반면 프랑스 르노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곤 회장 해임을 보류하고 르노의 티에리 볼로레 COO를 임시 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한편 일본 검찰은 닛산 법인에 대해서도 임원 보수 축소 신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카를로스 곤#닛산자동차#프랑스#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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