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먼저 화해의 손 내미는 터키… 미국인 목사 석방 이어 美대사관 거리명 ‘맬컴X’로 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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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연일 관계 개선 메시지… 러시아 방공시스템 도입은 여전히 갈등


올해 초부터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터키 정부가 미국에 연일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터키 정부는 2020년 완공 예정인 터키 내 미국대사관이 들어설 거리 이름을 13일 ‘맬컴X’로 정했다. 맬컴X는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이름으로 전날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50)을 석방한 터키 정부로서는 미국을 향한 연이은 화해의 손짓이다. 브런슨 목사는 간첩 혐의 등으로 터키에 2년간 구금돼 있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그의 석방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터키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속내를 반영하는 것으로 결국 터키가 미국에 고개를 숙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의 주터키 미국대사관 앞 거리명은 올리브 가지(olive branch)라는 뜻의 터키어 ‘제이틴달르’다. 터키 정부는 올해 2월 예고 없이 거리명을 바꿨는데 터키가 반정부세력으로 여기는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진압을 위한 작전명이 올리브 가지다. 미국은 시리아 내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쿠르드족과 손잡으면서 터키와 갈등을 빚어 왔다. 터키는 ‘올리브 가지’라는 의미의 거리명을 통해 “쿠르드족 진압을 방해하지 말라”는 의사를 미국 정부에 에둘러 표현했던 것이다. 터키 정부는 2020년 미국대사관이 들어설 거리명을 ‘맬컴X’로 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미국을 향한 누그러진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터키 법원은 앞서 12일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닫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브런슨 목사의 구금 및 출국금지 명령을 해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며 8월 터키 법무·내무부 장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고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올리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 때문에 당시 터키는 리라화가 40% 넘게 폭락하며 경제위기를 맞았었다.

석방된 브런슨 목사를 13일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정부와는) 어떤 거래도 없었다”며 “나는 인질 문제로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을 대표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며 곧 미국과 터키는 아마도 매우 좋은 관계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국 관계가 빠르게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터키 정부를 향한 미국의 요구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400’을 도입하려 한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의 S-400 도입을 반대하고 있지만 터키 정부는 무기 구입 강행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미국#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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