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논란거리 된 이스라엘 음악축제…‘라나 델 레이’ 공연 결국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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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보편적” 주장했던 미국 가수 결국 공연 취소
이스라엘 보이콧(BDS) 시민운동 격렬히 반발

미국 싱어송라이터 라나 델 레이의 이스라엘 공연이 결국 취소됐다. “음악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공연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지 약 열흘 만이다. 그동안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차별 정책’에 항의하며 학문·문화적 보이콧을 전개해온 전 세계 음악가, 인권운동가들은 레이의 공연을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레이의 공연 취소로 ‘음악 혹은 공연을 정치적 지지로 볼 수 있는가’라는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레이는 1일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팬과 팔레스타인 팬을 모두 찾아가 공연할 수 있는 날까지 (이스라엘 공연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참석하려 했던 공연은 6~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리는 ‘별똥별 음악축제’로 매년 약 1만5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음악 축제다. 레이는 이스라엘 공연을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지자 팔레스타인에서도 비슷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지만 촉박한 시간 탓에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그는 쏟아지는 비판 여론에도 공연 의지를 굽히지 않았었다. 지난달 19일 트위터를 통해 “음악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반대 여론에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당시 “10년 가까이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해왔어도 항상 공연이 열리는 국가의 정치적 문제, 입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라며 “음악은 보편적인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캘리포니아에서 노래한다고 나의 관점이 트럼프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텔아비브 공연 역시 정치적 선언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연 취소를 결정한 뒤 주최 측에 출연료 70만 달러를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 측은 공연이 임박한 시기 참가 의사를 뒤집은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비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문화적 행사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영국 유명 밴드 라디오헤드의 이스라엘 콘서트를 앞두고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당시 라디오헤드는 “음악은 모두를 화합하게 하는 것인데, 지금 논란은 도리어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공연을 강행했다.

이스라엘 공연을 반대하는 쪽은 대부분 ‘이스라엘 보이콧(BDS)’ 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이들이다.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 단체로부터 시작된 BDS 운동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를 인정할 때까지 이들에 대해 불매(Boycott), 투자회수(Divestment), 경제제재(Sanction)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어떤 학술적·문화적 교류도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비폭력 저항 운동이다.

그동안 이들은 레이의 공연을 두고 “우리는 당신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펴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공연했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 이스라엘 공연도 마찬가지”라며 공연 강행 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재고를 촉구해왔다.

이번 축제를 계획한 별똥별 음악축제 주최 측은 정부나 정치적 세력과 상관없는 독립적 음악축제인 만큼 BDS 운동을 벌이는 측이 오히려 정치적 논란거리를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레이 공연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지난달 말 홈페이지에 “음악은 (사람을) 치유하지만, 정치는 (사람을) 죽인다”고 적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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