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보다 재정건전성”… 연금개혁 밀어붙이는 마크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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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없는 개혁” 집권 2년 차 시동
직종따라 42개로 복잡한 佛연금, ‘낸 만큼 같은 권리’ 하나로 단순화
고령화 대비 연금재정 확보 속내
“돈 던져주는 식의 복지는 실패”, 가난 대물림 막는 정책마련 착수

“적자 제한 규정을 지키기 위해 힘든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며 프랑스인이 선택한 프로젝트는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다.”

2주간의 휴가에서 복귀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은 22일 3시간 넘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중단 없는 개혁’을 강조하며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에 시동을 걸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초만 해도 2%를 자신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근 1.7∼1.8%로 하향 조정되자 비상이 걸렸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국가 예산은 숫자를 넘어 국가 전략”이라며 재정적자를 유럽연합(EU) 기준에 맞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U는 회원국들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에서 유지하도록 규칙으로 정해 놨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공공 부문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복지에 칼을 댈 예정이다.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포퓰리즘과는 대비되는 조치다.

올 하반기 최대 역점 사업은 연금 개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때 “1유로를 기여하면 모든 사람이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연금 개혁 공약을 내걸었다. 직종에 따라 42개로 세분된 복잡한 연금체계를 개편해 하나로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공무원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본다. 공무원은 퇴직 직전 6개월 임금을 평균해 연금 수령액이 결정된다. 이는 가장 높은 25년 임금 평균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지급되는 비공무원보다 훨씬 유리하다. 내는 돈에 비해 농부가 의사보다 받는 연금액이 적은 것과 같은 불합리한 부분도 바로잡을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첫해 공무원의 평생직장 개념을 깨고 과도한 복지를 줄이는 공공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아직도 공공 분야 총급여가 GDP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공공 지출도 GDP의 5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5년 임기 내에 공무원 12만 명 감축을 목표로 하는 마크롱 정부는 내년에 우선 1만 명을 줄일 예정이다. 연금 개혁은 연금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속내도 담고 있다. 프랑스는 고령화로 연금기금의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150만 명인 85세 이상 고령자가 2050년엔 5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프랑스 국민들은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21세기형 복지국가를 세우겠다”고 선언한 마크롱 대통령의 복지 패러다임 전환 계획도 하반기에 이어진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던져주는 식의 복지는 실패했다”며 “그동안 미친 듯이 현금을 지원했지만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했다.

“소득의 불평등보다 운명의 불평등이 문제”라는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 달 15일 가난 극복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은 가난의 대물림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무교육 시기를 3세로 앞당기고 저소득층 초등학생들에게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교육의 기회를 강화할 방침이다. 대규모 사회 투자펀드를 만들어 직접적인 현금 지원 대신 가난한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 이달 중으로 고용주에게는 장기 고용을 유도하고 실업자에게는 구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수록 혜택이 많이 제공되도록 하는 실업보험 개편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지나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을 받으며 나폴레옹에 비유되기도 했던 국정 스타일에는 변화를 줄 생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처음으로 노동단체와 경영인단체 8명을 한꺼번에 엘리제궁으로 불러 실업보험에 대해 논의하며 사회적 합의를 당부했다. 그는 지난달 국회연설에서도 “새로운 사회계약에 국정의 근간을 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금 개혁도 홈페이지를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그러나 공공분야 노조는 10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대에 머물고 있는 낮은 지지율도 마크롱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포퓰리즘#재정건전성#연금개혁#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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