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낙태허용’ 불똥 튄 3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메이, “북아일랜드도” 압박받아… 교황 “가톨릭國서…” 수용 고심
트럼프, 낙태 지원 중단해 눈총

아일랜드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 금지 헌법 조항이 폐지되면서 그 여파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낙태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낙태 합법화)에 반대되는 언행에 대해서는 비판의 화살이 쏟아진다.

영연방에서 유일하게 낙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에서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그 유탄을 맞은 모양새다.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영국에서는 의사 두 명의 동의가 있으면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가 가능하고, 그 이후에도 산모와 태아의 상태에 따라 예외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에서는 성폭행 등으로 임신한 산모도 낙태할 수 없다. 영국 의회 내 노동당은 물론이고 보수당에서도 북아일랜드 낙태 금지 규정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메이 총리로서는 낙태 허용을 반대하는 민주연합당(DUP)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에 실패한 메이 총리의 보수당이 북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DUP와 연정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가 압도적인 찬성률로 ‘낙태 금지 조항 폐지’를 결정하면서 아일랜드의 결정을 존중할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지 향방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교황의 입만 쳐다보고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관련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가톨릭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에이먼 마틴 아일랜드 주교는 “사회 문화는 바뀌었고 사람들은 교회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어미드 마틴 아일랜드 대주교도 “이번 결과는 현대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이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의 불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낙태를 시행하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비정부기구(NGO)에 연방예산 지원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달 18일에도 낙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병원에 연방 지원을 제한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여성의 결정을 정부가 방해할 수 없다”, “낙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병원이 특정 지역에 있는 유일한 병원일 경우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메이#압박#교황#가톨릭#수용 고심#트럼프#낙태 지원 중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