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vs 러시아 갈등 최고조…첼시 러시아인 구단주, 영국 입국 불허 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2일 20시 11분


영국에서 러시아 출신 스파이와 반(反)푸틴 성향의 러시아 망명자가 잇달아 피습된 사건으로 시작된 영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양국은 3월 각각 상대국에 거주하는 외교관을 추방한 상태다. 두 나라 간 외교적 갈등과 충돌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20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영국 내 불법 자금 세탁 활동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모스크바의 황금 : 영국 내 러시아 부패’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흥재벌(올리가르히) 등을 동원해 영국 내에서 불법적으로 자금을 보관 및 세탁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국제적 법치시스템과 영국의 동맹을 전복하기 위한 푸틴의 공작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하원 외교위는 보고서에서 런던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에너지기업 EN+를 대표적인 자금세탁 거점으로 지목했다. 러시아 신흥재벌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소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영은행 VTB도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21일 영국 총리실은 “더러운 돈과 돈 세탁자를 영국에서 몰아내기로 결심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권한을 사용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람들을 단속할 것”이라며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러시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영국이 러시아 공포증의 일환으로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영국으로 돈을 가져가는 다른 나라 투자가들은 우리와 비슷한 위협을 당할 수 있다. 투자가들은 영국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더러운 돈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 정부는 이달 초 만료된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인 올리가르히 로만 아브라모비치(러시아)의 비자갱신도 명확한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영국 국내정보국(MI5) 수장인 앤드루 파커 국장도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러시아 정부가 서방 민주주의 약화를 위한 활동의 주연을 맡고 있다. 선거개입, 사이버공격, 폭력행위 등이 대표적”이라며 공개 비난했다.

서동일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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