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구조대 ‘하얀헬멧’ 재정 지원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재건 예산’ 동결 탓… 구호활동 차질

시리아 반군 측 민간 구조대 ‘하얀헬멧’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중단되면서 이들의 구호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CBS방송은 4일 하얀헬멧이 최근 몇 주간 미 국무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얀헬멧의 라에드 살레흐 대표는 CBS 인터뷰에서 “올해 3월 (미 국무부와의) 회의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지원 중단에 대한 암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하얀헬멧 예산의 3분의 1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정부가 3월 말 시리아 재건을 위해 약속한 2억 달러 규모의 예산 집행을 동결하면서 하얀헬멧에 대한 지원도 끊겼다. 시리아 내 폭발물 제거, 전기와 수도 공급, 학교 재건 등 미국이 지원한 재건 사업 역시 곧 중단될 예정이다.

미 국무부는 하얀헬멧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하얀헬멧은 지원 중단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 살레흐 대표는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 중단에 대한 공식 통보는 받지 않았다”며 “만약 이것이 장기적이거나 영구적인 중단이라면 현재 우리의 구호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부상자들을 구해내 용기와 희생정신의 상징이 된 하얀헬멧의 공식 명칭은 ‘시리아 민간방위대’다. 약 3922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이 단체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7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220명 이상의 대원이 현장에서 숨졌다. 하얀헬멧은 2016년 이후 노벨 평화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활약상을 기록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하얀헬멧’은 2016년 오스카상(최우수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하얀헬멧은 지난달 7일 시리아 동(東)구타 두마 지역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 의혹을 초기에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하얀헬멧은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 대원들”이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영국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서방의 앞잡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미국#시리아 구조대#하얀헬멧#재정 지원 중단#구호활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