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계륵 ‘美 국채 투매’… 결행땐 中도 막대한 손해

구자룡 기자 입력 2018-04-07 03:00수정 2018-04-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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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美-中 무역전쟁 ‘양날의 칼’ 콩과 국채

지난달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어치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上海) 증시에는 “올 것이 왔나” 하는 긴장감이 돌았다. 중국 재무부가 고위 당국자 회의를 열어 미국 국채를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다음 날인 23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 매각 또는 매입 축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엄포였다.

실제 미국과 중국이 이달 초 각각 1324개와 106개의 상대국 수입 품목에 대해 25% ‘관세 폭탄 카드’를 주고받은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5일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보복관세 검토를 지시하고 나서자 무역 전쟁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이라는 ‘최후의 패’를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면 자신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욱이 무역 전쟁이 화폐 전쟁으로 번져 양국 관계가 파탄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1849억 달러다. 해외에 판매한 미국 국채의 18.8%나 된다. 연말 기준으로 2016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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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 국채라는 ‘명줄’을 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려면 상당한 양의 국채를 투매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 1조1849억 달러 중 1000억 달러가량을 내다 팔아 달러 가치가 1% 떨어지면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1조 달러 국채의 1%인 100억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된다. 미 국채를 포함해 지난해 말 기준 3조 달러 이상의 중국 외환보유액 중 50∼60%가 달러화 자산이다.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중국 측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양평섭 선임 연구위원은 “중국이 채권을 내다 팔아도 일본 영국 등이 매입하면 미국으로서는 채권 보유국만 바뀔 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일본과 영국 등이 중국이 내놓은 채권을 매입해 완충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중국 언론에서는 중국이 국채 보유를 줄이면 바로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자칫 미 국채를 팔아 적의(敵意)만 드러낼 뿐 미국에는 타격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양 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 채권을 판 뒤 확보한 자금을 투자할 다른 외환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달러만큼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미 국채 가격 하락으로 미국 내 금리가 오르면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투자 심리와 소비 위축이 초래될 수 있는 것도 중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인 미국 시장의 소비 위축은 대미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경제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중, 미국 국채 매입 외면?


중국은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개최하며 ‘중화부흥’을 선언한 2008년, 일본을 제치고 미국 국채 1위 보유국이 됐다. 2위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15억 달러로 16.8%를 차지하고 있으며 1년 전에 비해 293억 달러가 줄었다. 중국이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쌓이는 외환으로 미국 국채를 구매하는 것은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채권시장도 가장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 국채 등 거액의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달러화 가치 보호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다만 지난해 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3조14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94억 달러가 늘었는데, 흥미로운 건 중국이 보유한 외환 중 달러의 비중이 2010년경에는 90%가량으로 절대적으로 높았으나 최근에는 50∼60%로 낮아진 점이다. 점차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 있다는 흐름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미국 국채를 투매하지 않더라도 새로 발행하는 국채 매입을 외면하는 것으로도 미국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등 외국의 미국 국채 매입은 그동안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통과된 감세안 시행으로 세수가 줄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감세 법안 통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는 앞으로 10년간 1조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국채 발행 이외에 조달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대규모 국채 투매에 나서거나, 투매는 아니더라도 신규 매입을 중단할 경우 국채 금리는 더욱 올라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와중에 국채 및 달러의 가치와 위신이 떨어지고 ‘달러 제국’의 위상도 하락하면서 화폐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 단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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