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실세, 두명의 John

  • 동아일보

40세 존 디스테파노 인사수석, 68세 존 켈리 비서실장
트럼프 집권 2기 영향력

“환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존 켈리 장군과 백악관 모든 직원에게 감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68)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가짜 뉴스가 여러분을 더 힘들게 하지만 승리하는 건 언제나 위대한 일이고, 우리보다 더 승리한 사람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시작한 첫 주에 켈리 실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날 연예 매체 ‘배니티페어’의 보도 때문이다. 이 매체는 복수의 공화당 인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친구에게 켈리 실장을 가리켜 ‘여기 자신이 모든 걸 다 한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미친 놈(nut job)이 있다’는 불만을 털어놨고 켈리 실장의 후임을 물색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이 이 보도를 재생산하며 ‘켈리 낙마설’을 키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가 역설적으로 켈리 실장의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CNN은 10일 익명의 백악관 관료의 말을 인용해 “켈리 실장이 참모들에게 11월 중간선거까지 유임할지 자리를 떠날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하며 그의 인사권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년 차를 맞아 존 켈리 실장과 존 디스테파노 백악관 인사수석비서관(40) 등 ‘두 명의 존(John)’이 핵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올드 존(Old John)’은 전방에서 웨스트윙(백악관 집무동) 군기를 잡고, ‘영 존(Young John)’은 백악관 사무실에서 소리 없이 참모 4000명의 인사를 결정한다. 두 사람은 대선 공신이 아니며, 과거 행정부와 의회에서 정무 감각을 익힌 전문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켈리 실장은 지난해 7월 백악관에 입성한 뒤 핵심 실세로 자리를 굳혔다. 그는 지난해 참모의 34%가 해고될 정도로 어수선했던 백악관을 수습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대통령을 만나려면 비서실장인 나를 통해야 한다’는 원칙도 스스로 정했다. 다만 켈리 실장도 대통령과 이견을 보일 때가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불편함을 얼마나 인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다른 ‘존’인 디스테파노 비서관은 공개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지난해 12월 2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디스테파노 비서관이 백악관 정무 기능을 포함해 더 큰 책임과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 보좌관 및 선임고문, 공화당전국위원회(RNC) 간부 등을 지낸 의회 베테랑이다.

그는 세인트루이스대 재학 중 여름방학 때 공화당의 한 의원실에서 인턴을 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졸업 뒤에는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외부 보수 단체들 간의 연락책을 맡으며 영역을 넓혔고, 2006년 데버라 프라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의 재선을 위해 뛰었다.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가자 일부 극우 블로거들은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 유권자 분석 업무 등을 거치며 조용히 실력을 쌓은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인사권으로 굵직한 정계 선배들의 목줄을 쥐고 있다.

참모들은 젊은 실세의 부상에 적잖이 불편해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해 6월 백악관 참모회의에서 갑자기 분노를 폭발했다. 자신의 경질설 등 인사 관련 보도가 흘러나오자 “백악관이 나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흘린다”며 인사수석인 디스테파노 비서관을 진원지로 의심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인사에 관해서는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젊은 디스테파노가 국무부 인사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걸 몹시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두 실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앤서니 스캐러무치 전 공보국장,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등이 극단적 발언이나 행동을 하다 경질되면서 백악관의 신임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전임 측근들과 달리 초당적인 이슈를 온건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은아 achim@donga.com·한기재 기자
#백악관#실세#존 디스테파노#존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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