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시위 우려땐 공공장소 이용 불허” 가와사키市, 日서 처음 사전봉쇄 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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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 있어 혐한시위대 타깃… 내년 3월부터 공원 등 사용 제한

코리아타운이 있는 일본 수도권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헤이트스피치(혐한 시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공원 등 공공시설 이용을 사전에 원천 봉쇄하는 내용의 지침을 9일 공표했다. 혐한 시위에 대한 사전규제를 만든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가와사키시는 내년 3월부터 공원이나 공민관 등의 사용 신청을 받았을 때 ‘부당한 차별적 언동이 발생할 우려가 객관적인 사실에 비춰 구체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조건부 허가나 불허, 허가 취소를 할 수 있다.

집회 신청자의 지금까지 활동과 인터넷 게시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혐한 시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면 집회 자체를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감안해 집회를 불허하거나 허가를 취소할 때는 제3 기관에 자문하도록 했다.

공업도시인 가와사키에는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이 모인 코리아타운이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혐한 시위대의 집중적인 타깃이 돼 왔다. 혐한 시위대는 한동안 역 앞에서 시위를 하다 2015년 말부터 2차례 코리아타운 진입을 시도했고,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길에 드러누워 진입을 막았다. 또 서명운동을 벌이며 노력한 끝에 지난해 5월 말 혐한 시위 규제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6월 초 혐한 세력이 법 제정에도 다시 시위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포위해 무산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도 강연회 등의 형태로 유사한 활동을 해 왔다.

제정된 법은 지자체가 헤이트스피치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후 법무성에서 헤이트스피치로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오사카(大阪)시는 지난해 7월부터 혐한 시위를 한 사람의 이름을 공표하는 내용의 조례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는 사후 대처여서 한계가 있었다.

가와사키의 이번 조치는 혐한 시위가 열릴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자치단체로 확산될 경우 혐한세력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헤이트스피치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아사히신문은 “보다 근원적으로 차별을 없애기 위한 폭넓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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