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이 법 압도한 슬픈 날”…스페인 정부, ‘카탈루냐 자치정부·의회 해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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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28일 0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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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독립국가 선포

사진=카탈루냐 독립국가 선포/동아일보DB
사진=카탈루냐 독립국가 선포/동아일보DB
“스페인 국민은 오늘 어리석음이 법을 압도한 슬픈 날을 보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분리독립 선포를 결정한 카탈루냐 자치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12월 21일 조기 지방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해온 카탈루냐 자치의회(전체 135석)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카탈루냐 공화국을 독립적인 민주적 주권 국가로 건립한다”는 내용의 독립공화국 선포안을 찬성 70표, 반대 10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이 독립공화국 선포안은 카탈루냐 의회 내 분리독립파인 집권연합 준스 펠 시(Junts pel Si)와 급진좌파 민중연합후보당(CUP)이 공동발의했다.

표결 시작에 앞서 분리독립에 반대해 온 전국정당인 국민당·사회당·시우다다노스의 3당 소속 의원들은 표결 거부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후 독립선포안이 가결되자 자치의회 밖에 진을 치고 있던 분리·독립 찬성파 시민들은 카탈루냐기 ‘에스텔라다’를 흔들며 결과를 환영했다.

카탈루냐 문제 논의를 위해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한 스페인 상원은 카탈루냐 독립선포안이 가결된 지 30여 분 뒤에 정부의 헌법 155조 발동안을 찬성 214, 반대 47의 압도적 표차로 의결했다.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가 헌법을 거스르거나 불복종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상원의 승인으로 헌법 155조 발동을 위한 헌법적 요건을 완비한 라호이 총리는 곧바로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부수반, 자치내각 각료의 전원 해임과 자치정부·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1975년 프랑코 독재정권 종식 후 민주주의를 회복한 스페인에서 자치정부를 상대로 정부가 헌법 155조를 발동해 자치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 국민은 오늘 어리석음이 법을 압도한 슬픈 날을 보냈다”면서 “푸지데몬이 조기 선거를 단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제는 정부가 카탈루냐인들의 목소리를 돌려주기 위해 조기 선거 방침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지방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조기 선거를 12월 21일 시행하기로 했다.

헌법에 따라 자치정부 해산권을 부여받은 스페인 정부가 자치정부와 의회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정지함에 따라, 카탈루냐의 행정권은 법적으로는 스페인 정부에 귀속됐다.

하지만 카탈루냐 지도부와 시민들이 대규모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어 카탈루냐의 행정권 접수에 나선 스페인 정부와 이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스페인 정부는 자치정부는 물론 카탈루냐의 자치경찰 조직인 1만7000여 명의 ‘모소스 데스콰드라’의 지휘권을 모두 중앙정부에 일시 귀속시킬 방침이다.

스페인 검찰은 독립 선언을 주도한 자치정부 각료들과 자치의회 지도부를 상대로 반역죄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반역죄로 유죄 확정 시 최대 징역 3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또한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이날 카탈루냐 자치의회의 독립공화국 선포 과정도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심리에 착수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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