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레스토랑서 생일축하 특제버거 만들어 판매”… 러 언론, 푸틴 띄우기에 가짜뉴스도 동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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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방송 “세계 각국서 푸틴 찬양”
해당 식당 “그런 일 없다” 부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뉴욕의 한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진 일명 ‘푸틴 버거’. Ruptly.tv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뉴욕의 한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진 일명 ‘푸틴 버거’. Ruptly.tv 캡처
“외국 지도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매우 독창적인 방법으로 러시아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영 방송인 채널원은 7일 미국 뉴욕의 한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65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특제 매운맛 버거를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푸틴 버거’는 칩과 소스, 샐러드를 곁들여 제공되며 무려 5개의 패티로 구성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연도와 같은 숫자인 ‘1952’그램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그가 세계에서 얼마나 찬양받는지 알 수 있는 빛나는 사례”라고 전했다.

보도에 언급된 레스토랑 ‘루시의 칸티나 로열’에 직접 전화를 건 러시아 언론인 알렉세이 코발레프는 “(그 뉴스는)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종업원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 사실을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폭로했다. 그러자 친크렘린 성향의 트위터 사용자가 전화로 식당 종업원에게 푸틴 버거 프로모션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코발레프가 재차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종업원은 “아침에 푸틴 버거가 팔리고 있었다. 러시아 국영 언론의 보도가 거짓이라고 말한 사람은 ‘교육생’이었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러시아 언론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못 박았다. 해당 레스토랑의 웹사이트에는 푸틴 버거 프로모션이 언급되지 않았고, 인스타그램에도 러시아 언론이 보도한 ‘푸틴 버거’의 사진은 올라오지 않았다. 루시의 칸티나 로열 대변인인 숀 라이언은 “우리 레스토랑은 결코 푸틴 대통령의 생일을 어떤 형태로든 기념하지 않았고, 푸틴 버거를 제공하지도 않았다”며 “한 종업원이 학교의 촬영 프로젝트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가짜로 판명된 푸틴 버거 영상은 크렘린이 지원하는 뉴스채널 RT 소유의 웹사이트 Ruptly를 통해 언론사에 제공됐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루시의 칸티나 로열 매니저 테드 브라이언트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생일에 특별 버거로 축하를 받은 유일한 지도자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테드 브라이언트라는 이름의 종업원은 한 번도 고용된 적이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비평가들은 이 같은 행태가 크렘린이 후원하는 가짜 뉴스의 전형이라고 지적한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푸틴#가짜뉴스#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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