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참모 ‘금요일의 해고’… 틸러슨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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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월 금요일에 참모 5명 사퇴… 국무장관 경질설에 다시 주목
트럼프, 국민반대 많은 정책 발표뒤 도망치듯 골프장行… “꼼수” 비판

‘금요일은 해고의 날인가?’

미국 정계에 퍼지는 우스갯소리다. 백악관이 금요일만 되면 돌연 참모들의 퇴직 소식을 발표하고 불리한 정책을 공개하고 있어서다. 특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공교롭게 금요일인 6일 경질설에 휩쓸려 ‘금요일의 저주’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8일 CNN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7∼9월 금요일에 공직에서 내보낸 참모는 5명이나 된다. CNN은 “7월 21일∼9월 29일 11번의 금요일이 있었는데 이 중 45%나 되는 5번의 금요일에 매번 참모들이 제거됐다”고 설명했다.

금요일의 저주를 받은 인사는 전세기를 자주 사용해 물의를 빚은 톰 프라이스 전 보건장관(9월 29일), 사퇴 이유가 베일에 싸인 서배스천 고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8월 25일), 대북 정책에 혼선을 일으켜 낙마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8월 18일), 대통령 측근과 갈등을 빚어 밀려난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7월 28일), 대통령이 자신이 겸직한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히자 사표를 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7월 21일)이다.

금요일 인사 발표는 재계에서도 자주 활용된다. 퇴임자나 후임자가 모두 주말을 이용해 마음을 정리하고 나머지 조직원들도 변화에 따른 충격을 다스릴 여유를 갖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금요일을 자주 노려 안 그래도 바닥을 친 지지율을 더 고꾸라뜨릴 비난을 피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반감이 강했던 정책도 금요일에 많이 발표됐다. CNN에 따르면 ‘무슬림 7개국에 대한 미국여행 금지’(1월 27일), ‘성전환자의 군복무 금지 행정명령 서명’(8월 25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증거가 없다는 법무부의 발표’(9월 1일)가 모두 금요일에 이뤄졌다.

미 정치권에서는 ‘금요일에 뉴스 쏟아 버리기(Friday news dump)’가 관용어처럼 쓰인다. 주로 백악관과 국방부가 민감한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금요일 오후마다 정책을 공개하며 알려진 용어다. 미국 인기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에서도 ‘쓰레기 버리는 날(trash day)’이란 표현이 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깜짝 발표를 한 뒤엔 사고를 치고 도망가는 사람처럼 홀연 골프장으로 떠나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그는 틸러슨 국무장관 경질설을 진화한 다음 날인 7일에도 어김없이 워싱턴 근처 자신 소유의 골프장을 찾았다. NBC방송에 따르면 그가 1월 취임한 뒤 자기 골프장을 찾은 건 이날로 69일이나 됐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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